글로벌

글로벌

트럼프 연설 '악마의 편집' 딱 걸린 BBC, 사장·보도국장 동반 사퇴

 영국 공영방송 BBC가 창사 이래 최대의 공정성 위기에 휩싸이며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의도적으로 왜곡 편집해 방송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팀 데이비 사장과 데보라 터너스 보도국장 등 최고위급 수뇌부가 현지시간 9일 동반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편집 실수를 넘어, BBC의 보도 논조를 바꾸려는 보수 진영의 조직적인 정치적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까지 제기되면서 영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영국 보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1면 보도였다. 이 신문은 BBC의 '편집 지침 및 기준 위원회'(EGSC) 외부 독립 자문위원이었던 마이클 프레스콧이 BBC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입수해 공개했다. 서한의 핵심 내용은 BBC가 작년 10월 방영한 '트럼프: 두 번째 기회?'라는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했다는 의혹이었다. 프레스콧은 BBC가 연설의 서로 다른 세 부분을 교묘하게 이어 붙여, 마치 트럼프가 한 문장으로 의회 폭동을 직접 선동한 것처럼 보이도록 연설의 맥락을 완전히 왜곡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BBC 경영진이 전격 사퇴를 선택한 것을 두고, 영국 진보 성향 일간지 가디언은 이를 "프레스콧의 추가 공격으로부터 BBC를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즉,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의혹 제기에 더 이상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최고위급 인사들의 사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혹을 제기한 프레스콧은 보수 진영과 가까운 인사로, 그가 BBC 외부 자문위원으로 임명되는 과정에 보수당과 연관된 로비 깁 이사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기획 폭로'라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프레스콧의 폭로 직후 영국 보수 정치인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BBC를 향해 맹공을 퍼부으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특히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데이비 사장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가디언은 BBC 내부에서조차 이번 사태를 단순한 방송 사고가 아닌, BBC의 진보적 성향을 보수적으로 바꾸려는 거대한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연설 조작 논란은 BBC의 공정성 문제를 넘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둘러싼 영국의 뿌리 깊은 정치적 갈등이 수면 위로 폭발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4050, 교복 입고 설악산 수학여행 떠나는 기막힌 이유

1월 한 달간, 장기 침체에 빠진 설악동 관광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5 설악동 활성화 프로그램-추억감성여행'을 총 4회에 걸쳐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관광 상품을 넘어,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과 설악산의 수려한 자연 및 속초 고유의 지역 자원을 결합한 1박 2일 체류형 체험 콘텐츠다. 한 팀당 약 15명, 총 60명 규모로 진행되는 이 실험적인 여행이 과연 설악동의 부활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번 '추억감성여행'의 핵심 콘셉트는 바로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이다. 참가자들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볼 법한 옛 교복을 맞춰 입고,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렘을 안고 1박 2일의 여정을 시작한다. 여행의 동선은 속초와 설악동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짜였다. 실향민의 애환이 서린 아바이마을을 전문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고, 직접 함경도식 만두를 빚으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한다. 이어서 설악산의 백미로 꼽히는 케이블카에 탑승해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권금성의 절경을 감상하고, 활기 넘치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방문해 동해의 싱싱한 먹거리를 맛본다. 이튿날에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불교 문화를 체험하고, 만추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설악산 단풍길을 트레킹하며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속초시가 이처럼 '추억'을 전면에 내세운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특정 세대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층과 젊은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교복을 입고 떠나는 수학여행이라는 콘셉트는 40~60대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와 함께 젊은 날의 추억을 소환하는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옛것에서 새로움과 재미를 찾는 '뉴트로(New-tro)' 트렌드에 열광하는 2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체험형 콘텐츠로 매력을 어필한다. 이처럼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추억감성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나아가 이번 프로그램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실질적인 목표를 품고 있다. 참가자들의 숙박을 설악동 내 숙박 단지와 직접 연계하고, 식사 및 체험 활동을 지역 업체들과 함께 진행함으로써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도록 설계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11월의 속초는 가을 여행의 최적기"라며,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연 수십 년의 추억을 소환하는 이번 감성 여행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설악동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