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매일

스포츠매일

네덜란드 배구 스타들, 사생활 침해 폭로

 네덜란드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의 핵심 세터로 명성을 떨친 로라 디케마가 최근 동료들과 함께한 팟캐스트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디케마는 과거 스페인 이비사 섬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마주한 한 남성 팬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극심한 수치심과 불편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비키니 차림으로 휴식을 취하던 그녀에게 접근한 노년의 남성은 가족이 동석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신원을 확인하며 사적인 공간을 침범했다.

 

단순한 아는 척에서 그치지 않은 이 남성의 행태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그는 디케마가 바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노골적인 불법 촬영을 감행했다. 디케마는 당시 상황에 대해 큰 환멸을 느꼈으며, 해당 남성이 자리를 뜰 때까지 선베드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사적인 공간에서의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디케마의 고백에 동료 선수들도 각자가 겪은 유사한 피해 사례를 언급하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리베로 미르트허 스호트는 해변이나 사우나, 혹은 술집과 같이 선수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는 장소에서 팬들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다.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 영역이 팬이라는 명분 아래 무차별적으로 파헤쳐지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이다.

 

신장 193cm의 장신 미들 블로커로 유명한 로빈 더 크라위프 역시 팬들의 '도둑 촬영' 문화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녀는 정중하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것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멀리서 몰래 셔터를 누르거나 숨어서 지켜보는 행위는 명백한 결례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은 팬들의 관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접근 방식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유럽 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이자 네덜란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될 만큼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는 디케마조차 이런 상황에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력 외적인 부분, 특히 신체적인 노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이번 폭로는 그동안 선수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참고 넘겼던 문제들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포츠 스타들의 사생활은 공공재가 아니며, 휴식기 중인 선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온전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네덜란드 배구계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진정한 팬심'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코트 밖에서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대중은 다시금 인지해야 한다.

 

 

 

홍릉숲, 100년 만의 전면 개방에 시민들 '환호'

이 숨겨놓은 산'이라는 천장산의 이름처럼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1922년 일제가 명성황후의 능터였던 홍릉 자리에 임업시험장을 세우며 시작된 이곳의 역사는 근현대사의 아픔과 산림 자원 보존의 노력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1993년부터 주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관람이 지난 3월부터 평일까지 확대되면서 도심 속 생태 보고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홍릉숲의 가장 큰 매력은 입장료와 숲해설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숲해설은 전문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숲의 역사와 식물 생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고종 황제가 즐겨 찾았다는 우물인 '어정'을 지나며 조선 왕실의 흔적을 느끼고, 일제강점기 수탈의 목적으로 심어졌으나 이제는 울창한 숲을 이룬 고목들 사이를 거닐며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산림 박물관이자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숲 안에서 반드시 찾아봐야 할 명물은 이른바 '홍릉 8경'이다. 그중에서도 본관 뒤편에 자리한 반송은 1892년에 심어진 홍릉숲의 최고령 나무로, 우산처럼 넓게 펼쳐진 가지가 장관을 이룬다.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릉의 부침을 지켜봐 온 이 나무는 숲의 영험한 기운을 상징하는 존재로 통한다. 반송의 우아한 자태는 사계절 내내 사진가들의 출사지로 사랑받으며 홍릉숲을 대표하는 시각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최근 홍릉숲이 다시 한번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이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제1 수목원에 위치한 '노블포플러'는 지난해 측정 결과 38.97m를 기록하며, 오랜 시간 국내 최장신 나무 자리를 지켜온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파트 13층 높이에 달하는 이 나무의 위용은 숲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끝이 보이는 노블포플러 아래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한다.홍릉숲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 연구의 전초기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만큼 숲 곳곳에는 희귀 식물과 연구용 수목들이 자생하고 있어 다른 도심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풍성한 식생을 자랑한다.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허파 역할은 물론,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숲해설은 매회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전면 개방 이후 첫 여름을 맞이한 홍릉숲은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 관광지로 안착했다.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역사가 깃든 능터에서 국내 최장신 나무가 자라나는 생명의 숲으로 변모하기까지, 홍릉숲이 걸어온 100년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시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시민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그늘과 맑은 공기를 내어주는 이 숲은, 개발보다 보존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홍릉숲의 전면 개방은 도심 속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