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못만 쓴 줄 알았는데…600년 전 조선 배에서 발견된 '쇠못'의 정체
2007년 한 어부가 주꾸미가 휘감은 고려청자를 건져 올리며 시작된 충남 태안 마도 해역의 수중 발굴이 18년 만에 역사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진행한 인양 작업을 통해 조선 전기에 침몰한 조운선 '마도4호선'의 선체를 600여 년 만에 바다 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마도4호선은 2015년 발견 당시부터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적힌 목간과 공납용 분청사기 등을 통해 1420년경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으로 향하다 침몰한 사실이 밝혀져,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조선시대 세곡 운반선의 실체를 처음으로 확인시켜 준 귀중한 유산이다. '바닷속의 경주'라 불릴 만큼 수많은 고선박이 잠들어 있는 이 해역에서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 배에 이어 마침내 조선 시대 선박의 실물 자료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이번에 인양된 마도4호선은 기존에 발굴된 고려 시대 선박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들을 보여주며 조선 전기 조선술의 비밀을 풀어줄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돛대의 구조다. 배 중앙에 외돛대 하나만 설치했던 고려 선박과 달리, 마도4호선은 배의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세운 '쌍돛대' 구조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항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의 방향에 맞춰 더 유연하게 기동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분석된다. 또한 선체 부재를 결합하는 방식에서도 작은 나무못을 촘촘하게 사용해 정교함을 더했으며, 특히 선체를 수리한 흔적에서 우리나라 고선박 중 최초로 '쇠못'을 사용한 사실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당시 선박 기술의 발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자료다.

마도4호선 인양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구소는 음파탐사를 통해 바로 인근 해역에서 또 다른 고선박, '마도5호선'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찾아내면서 발굴의 새로운 막을 예고했다. 잠수 조사를 통해 이미 12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87점과 목제 닻, 밧줄, 볍씨 등 다수의 유물이 확인됐다. 유물의 구성으로 보아 마도5호선 역시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으로 추정되며, 만약 배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재가 발견된다면 현재까지 마도 해역에서 나온 배들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로부터 거센 바람과 잦은 안개, 암초 지대로 악명 높아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렸던 태안 앞바다가 왜 수중 유물의 보고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내년이면 신안선 발굴로 시작된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이 50주년을 맞는다. 마도 해역에서만 현재까지 2만 8천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고, 이 중 9점은 국가지정 보물이 되었으며 마도4호선의 분청사기 등 8점도 보물 지정을 앞두고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수중발굴 50주년을 기념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일반인 잠수사를 대상으로 유물 실측과 인양을 체험하는 행사를 열어 32명 모집에 800여 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주꾸미 한 마리가 우연히 열어젖힌 바닷속 타임캡슐이 이제는 단순한 유물 발굴을 넘어 국민과 함께 역사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거대한 문화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