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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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미술관, '손대지 마시오' 없는 전시

 서울 광화문의 랜드마크 '해머링 맨' 아래 위치한 세화미술관이 관람의 고정관념을 깨는 두 개의 새로운 전시와 함께 도심 속 감각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이번 전시는 '손대지 마시오'라는 익숙한 경고문 대신,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춘다.

 

2층 기획전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에 들어서면 달콤한 솜사탕 향이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이원우 작가의 '상냥한 왕자' 작품의 일부로, 매일 관람객에게 솜사탕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통해 미술관을 오감으로 즐기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이곳에서는 작품을 만지고(김예솔), 자연의 소리를 듣고(정만영), 빛의 신비로움을 체험하는(박혜인, 부지현) 등 시각 중심의 관람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정적인 공간이었던 미술관이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역동적인 장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3층 '기억의 실루엣: 형태, 이미지, 관점' 전시는 책장으로 위장한 비밀의 문을 통과하는 독특한 경험으로 시작된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서성협 작가의 명상적인 사운드 설치 작품은 관객을 기억의 심연으로 이끈다.

 


임수식 작가는 타인의 책장을 촬영해 전통 책가도 형식으로 재구성하며 기억의 단면을 탐색하고, 김보민 작가는 전통 산수화 기법으로 세화미술관 주변의 현대 도시 풍경을 그려내며 시공간이 중첩된 새로운 풍경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들은 '관점 전환'이라는 세화미술관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다. 미술관 측은 앞으로도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장점을 살려 직장인과 가족 관람객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며, 이번 전시는 6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궁능유적본부, 출입 통제된 서향각 내부 개방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동안 '무언자적, 왕의 아침 정원을 거닐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궁의 아침이 선사하는 평온함과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참가자들은 인적이 드문 이른 시간에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곳을 거닐며 과거 왕들이 누렸던 사색의 시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이번 관람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 스스로가 자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며 온전히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별도의 해설 없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고목과 맑은 연못, 그리고 고풍스러운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인위적인 소음이 배제된 상태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궁궐 특유의 여백의 미를 느끼며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다.특별 개방되는 구역들도 이번 행사의 매력을 더한다. 평상시에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주합루 권역의 서향각이 행사 기간 동안 활짝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또한, 후원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영화당과 애련정 역시 내부 공간을 개방하여 관람객들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를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물 내부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조망하며 조선 시대 전통 건축과 조경이 이루어내는 완벽한 조화를 체감할 수 있다.관람객들의 편안한 사색을 돕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후원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부용지와 애련지 주변에는 곳곳에 의자가 배치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산책 도중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물가에 비친 정자의 모습을 바라보거나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숲의 정취를 만끽하며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거나 묵언의 명상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창덕궁은 조선의 여러 임금들이 오랜 기간 머물며 국정을 돌보았던 실질적인 법궁 역할을 수행한 역사적인 장소다. 특히 주변의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산세와 물길을 그대로 살려 전각을 배치함으로써, 인공적인 요소와 자연이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한국적인 궁궐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지난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왕의 은밀한 휴식처였던 후원은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등 다양한 구역으로 나뉘어 한국 전통 정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본 행사는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하여 9시까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다. 고궁의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참여 연령은 만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제한된다. 관람권 예매는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 티켓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며, 쾌적한 환경을 위해 매회 입장 인원은 25명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소정의 참가비가 발생하는 유료 행사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