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장원영 밀크티'에 90분 대기…중국 감성, MZ 취향 코드 됐다

 한때 촌스럽고 과하다는 의미로 쓰이던 ‘중국스럽다’는 표현이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 코드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중티난다’는 말이 조롱을 넘어 밈과 취향의 언어로 재가공되면서, 중국 특유의 화려하고 키치한 감성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중국 프리미엄 밀크티 브랜드 ‘차지’ 강남플래그십점은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대기 주문이 수백 잔에 달했다. 매장에는 음료를 받으려는 손님들이 계속 오갔고, 일부 고객은 앱 알림을 기다리며 인근에서 시간을 보냈다. 같은 시간 다른 지점에서도 수십 분에서 1시간가량의 대기 시간이 이어지며 브랜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차지는 국내에서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며 ‘장원영 밀크티’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한 유명인 효과만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매장을 찾은 20대 소비자들은 중국 브랜드 특유의 화려한 포장과 고전적인 분위기,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비주얼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풍 디자인이 더 이상 부담스럽거나 낯선 이미지가 아니라, SNS에 올릴 만한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중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온라인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한 달간 ‘중티’ 관련 긍정 언급은 부정 언급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언급된 단어도 ‘예쁘다’, ‘귀엽다’, ‘화려하다’, ‘맛있다’ 등 긍정적인 표현이 많았다. 과거에는 비하에 가까웠던 표현이 이제는 과장된 감성과 독특한 비주얼을 즐기는 말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음식과 음료를 넘어 뷰티, 패션, 여행 콘텐츠로도 번지고 있다. 중국 인플루언서 ‘왕홍’ 스타일의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을 체험하고 사진을 찍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중국 숏폼 플랫폼에서 유행한 ‘도우인 메이크업’도 국내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충칭의 네온사인과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 촬영 체험,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을 연출한 스냅 사진 역시 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트렌드의 영향력은 실제 소비 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 조사에서는 상당수 응답자가 중국 트렌드 이슈를 알고 있으며, 중국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틱톡, 샤오홍슈 등 중국 기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와 유행을 접하는 10대와 20대가 늘면서, 중국식 감성이 국내 트렌드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중국 호감 증가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가 국가 이미지나 정치적 인식과 별개로, 콘텐츠 자체의 재미와 시각적 매력, 실용성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화려한 색감, 과한 장식, 강렬한 비주얼은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끌어야 하는 숏폼 환경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결국 ‘중티난다’의 유행은 부정적 표현이 밈을 거쳐 취향의 언어로 바뀐 사례로 볼 수 있다.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중국식 화려함은 이제 인증샷과 숏폼 콘텐츠를 위한 소재가 됐고, 소비자들은 이를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브랜드와 콘텐츠가 국내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케데헌' 열풍에… 외국인 궁궐 예약 83% 폭증

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집계된 궁궐 관련 체험 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3%나 폭등했다. 과거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기던 단편적인 관광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른 아침 창덕궁의 정원을 산책하거나 밤의 덕수궁에서 황제의 식사를 즐기는 등 왕실 문화를 깊숙이 파고드는 질적 변화가 뚜렷하다.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의 배경에는 글로벌 OTT와 소셜 미디어를 휩쓴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특히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낮에는 화려한 무대 위 아이돌로, 밤에는 악령을 사냥하는 헌터로 변신하는 주인공들이 한국의 고궁과 종묘를 배경으로 펼치는 화려한 액션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 건축물에 대한 강렬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영상 속 신비로운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려는 팬들의 발길이 실제 궁궐 예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실제 현장 수치도 이러한 열풍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린 봄 궁중문화축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2만 5천여 명이 방문하며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보다 2만 6천 명 이상 늘어난 수치로, 특히 4대 궁과 종묘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18만 명을 돌파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의 미학을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궁궐은 이제 반드시 예약해서 사수해야 할 '체험 콘텐츠'가 됐다.국가유산진흥원과 민간 플랫폼의 전략적 제휴는 이러한 수요를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했다. 현재 크리에이트립은 창덕궁 '달빛기행'과 '무언자적', 덕수궁 '밤의 석조전' 등 내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주요 궁중 문화 프로그램을 외국인들에게 독점 공급하고 있다. 정보 부족으로 참여가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전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 같은 고난도 전통 예술까지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개별 상품 중에서는 덕수궁에서 진행되는 '황제의 식탁'이 전년 대비 159%라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이며 최고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궁궐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대한제국 황제의 연회를 재현한 식사를 맛본다는 설정이 왕실 문화에 대한 동경과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또한 창덕궁 후원을 산책하는 '무언자적' 프로그램 역시 88%의 거래액 증가를 기록하며, 고요한 한국의 미를 만끽하려는 서구권 관광객들의 취향을 정확히 관통했다.관광객의 국적 분포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전통적인 아시아권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 관광객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특히 올해는 폴란드 관광객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폴란드는 창덕궁의 주요 공연 프로그램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종묘제례악과 황제의 식탁 등 대부분의 체험 상품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가 한국 전통문화의 장벽을 허물면서, 전 세계인이 한국의 궁궐에서 '왕이 되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