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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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과일, 냉장고보다 후숙이 먼저?

 여름철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냉장고 속 과일 보관에 비상이 걸렸다. 수박과 참외, 복숭아 등 수분이 많은 여름 과일은 보관 방식에 따라 맛과 신선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가 무조건 냉장고에 넣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일마다 선호하는 온도와 습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잘못된 보관 습관은 오히려 과일의 단맛을 떨어뜨리고 부패를 앞당기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의 경우, 남은 조각을 랩으로 씌워 보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위생상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랩이 과육에 밀착되면 수분이 맺히면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대신 수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신선도를 유지하고 미생물 증식을 막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또한 자른 수박은 비타민 C가 빠르게 파괴되므로 가급적 사흘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숭아와 자두 같은 후숙 과일은 온도 조절이 맛의 핵심이다. 덜 익은 상태에서 곧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특유의 향과 당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복숭아는 낮은 온도에서 향을 내는 성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온에서 하루 이틀 정도 충분히 숙성시킨 뒤 먹기 직전에 잠시 차갑게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자두 역시 살짝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질 때까지 실온에서 기다린 후 냉장 보관해야 내부 갈변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참외를 보관할 때는 세척 시점이 저장성을 결정짓는다. 구입 직후 미리 씻어서 보관하면 표면에 남은 물기가 곰팡이나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참외는 씻지 않은 상태로 키친타월에 감싸 수분 손실을 막으며 보관하다가,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정석이다. 특히 꼭지 부분부터 신선도가 떨어지기 쉬우므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씨 주변이 먼저 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채소지만 과일처럼 즐기는 토마토 역시 냉장고가 정답은 아니다. 토마토를 섭씨 5도 이하의 저온에 오래 두면 고유의 풍미와 향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완전히 익지 않은 토마토는 직사광선을 피한 실온에서 보관하며 숙성시키는 것이 좋고, 완숙된 상태에서만 단기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맛을 지키는 비결이다. 이때 토마토의 꼭지가 아래를 향하게 두면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해 더 오랫동안 탱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여름 과일 관리의 핵심은 냉장고 맹신에서 벗어나 각 과일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데 있다. 씻지 않은 상태로 보관하되 상처가 난 조각은 즉시 골라내어 주변 과일로 부패가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입 후 초기 이틀간의 보관 방식이 여름 과일의 맛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제철 과일이 주는 시원함과 달콤함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홍릉숲, 100년 만의 전면 개방에 시민들 '환호'

이 숨겨놓은 산'이라는 천장산의 이름처럼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1922년 일제가 명성황후의 능터였던 홍릉 자리에 임업시험장을 세우며 시작된 이곳의 역사는 근현대사의 아픔과 산림 자원 보존의 노력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1993년부터 주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관람이 지난 3월부터 평일까지 확대되면서 도심 속 생태 보고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홍릉숲의 가장 큰 매력은 입장료와 숲해설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숲해설은 전문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숲의 역사와 식물 생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고종 황제가 즐겨 찾았다는 우물인 '어정'을 지나며 조선 왕실의 흔적을 느끼고, 일제강점기 수탈의 목적으로 심어졌으나 이제는 울창한 숲을 이룬 고목들 사이를 거닐며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산림 박물관이자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숲 안에서 반드시 찾아봐야 할 명물은 이른바 '홍릉 8경'이다. 그중에서도 본관 뒤편에 자리한 반송은 1892년에 심어진 홍릉숲의 최고령 나무로, 우산처럼 넓게 펼쳐진 가지가 장관을 이룬다.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릉의 부침을 지켜봐 온 이 나무는 숲의 영험한 기운을 상징하는 존재로 통한다. 반송의 우아한 자태는 사계절 내내 사진가들의 출사지로 사랑받으며 홍릉숲을 대표하는 시각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최근 홍릉숲이 다시 한번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이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제1 수목원에 위치한 '노블포플러'는 지난해 측정 결과 38.97m를 기록하며, 오랜 시간 국내 최장신 나무 자리를 지켜온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파트 13층 높이에 달하는 이 나무의 위용은 숲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끝이 보이는 노블포플러 아래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한다.홍릉숲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 연구의 전초기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만큼 숲 곳곳에는 희귀 식물과 연구용 수목들이 자생하고 있어 다른 도심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풍성한 식생을 자랑한다.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허파 역할은 물론,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숲해설은 매회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전면 개방 이후 첫 여름을 맞이한 홍릉숲은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 관광지로 안착했다.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역사가 깃든 능터에서 국내 최장신 나무가 자라나는 생명의 숲으로 변모하기까지, 홍릉숲이 걸어온 100년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시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시민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그늘과 맑은 공기를 내어주는 이 숲은, 개발보다 보존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홍릉숲의 전면 개방은 도심 속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