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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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함 보내라" 트럼프 한마디에 정부 밤샘 고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을 포함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에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 간의 전쟁이 보름째 이어지며 중동 화약고가 폭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해 사실상 파병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에 따라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청해부대가 사지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전격 투입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등 민간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아무리 패배했더라도 드론이나 기뢰, 단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수로를 위협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을 직접 언급했다. 이는 미국 단독으로 이 위험천만한 호위 작전을 수행하기보다는 다국적군을 구성해 위험을 분담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만큼 공식 요청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핵심 요충지임과 동시에 가장 좁은 구간이 39km에 불과한 전략적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이란은 이미 이 해협에 수많은 기뢰를 설치하며 통행을 차단하고 있고 실제 민간 선박이 피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청해부대가 투입될 경우 우리 장병들의 생명이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와 군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심도 있는 검토를 시작했으나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우리 국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의 발단이 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자칫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 젊은 군인들을 밀어 넣는다는 비판 직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란을 공식적인 적으로 돌리게 될 경우 향후 중동 외교와 경제에 미칠 타격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47진 대조영함은 4,400톤급 구축함으로 262명의 정예 병력이 탑승해 있다. 2009년 파병 시작 이후 아덴만 여명작전과 리비아 및 예멘 우리 국민 철수 작전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4만여 척 이상의 선박 안전을 지원해 온 우리 군의 자부심이다. 현재 청해부대는 오만 동방 해상에서 우리 선박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에 대응하고 있지만 만약 작전 구역이 호르무즈 해협 안쪽으로 확장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과거 2020년 트럼프 1기 시절에도 한국 상선 호위를 위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일시적으로 확장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에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국민 보호 활동이라는 명분이 있어 별도의 국회 비준 없이 작전 수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는 단순한 보호 활동을 넘어선 군사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작전은 임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반드시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벌써부터 거센 논쟁이 예고되고 있다. 파병에 찬성하는 쪽은 한미동맹의 공고화와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반대 측은 우리 장병들을 위험한 전쟁터에 보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 등 주변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정세와 중동 전쟁의 불꽃이 얽히고설키며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 이래 가장 까다로운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결국 정부의 선택은 우리 군의 안전과 동맹의 의리 그리고 국익이라는 세 가지 가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기뢰와 드론이 활개 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우리 대조영함이 뱃머리를 돌리게 될지 아니면 외교적 해법을 통해 파병의 파고를 넘길 수 있을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용산과 펜타곤으로 향하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동의 포화 속에서 우리 청해부대의 운명은 이제 정치적 결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만 아리산의 붉은 눈물, 녹슨 철길 위에 흐른다

위한 경유지가 아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낡은 철로부터 100년 된 목조 가옥, 시장 골목의 뜨거운 국물 한 그릇까지, 모든 것이 아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의 서문 역할을 한다.자이의 심장부에는 아리산의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삼림 철도의 흔적이 선명하다. 차고지에 멈춰 선 붉은 증기기관차와 녹슨 선로는 낭만적인 풍경 이면에 아픈 역사의 상처를 품고 있다. 천 년 수령의 편백과 삼나무를 베어 나르던 이 길은, 숲의 눈물이 흐르던 통로이자 근대화의 동력이었던 이중적인 역사를 증언한다.일제강점기 벌목 노동자들이 머물던 관사 단지는 이제 '히노키 빌리지'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낡고 불편한 과거를 지우는 대신, 보수하고 다듬어 현재와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으며 편백 향기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상처를 미화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도시의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도시의 묵직한 역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다.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린총밍' 식당의 뜨거운 어탕(魚湯) 한 그릇은 자이의 따뜻한 심장과도 같다. 커다란 솥에서 끓어오르는 뽀얀 국물과 왁자지껄한 시장의 활기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맛이다. 투박하지만 깊은 감칠맛이 밴 국물은 낯선 여행자의 경계심마저 녹여버린다.자이의 여정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삼림열차 대신 차를 몰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중산간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를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산허리를 감싼 안개는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아리산의 다원은 이 산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정수를 드러낸다.혹독한 일교차와 짙은 안개를 견디며 농축된 향을 품은 아리산 우롱차. 찻잔에 피어오르는 화사한 꽃향기와 뒤이어 밀려오는 부드러운 단맛은 단순한 미각적 경험을 넘어선다. 그것은 장엄한 산의 풍경을 입안에 머금는 것과 같은 고요한 의식이며, 이 도시와 산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