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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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흔들리는 보수… 민주당 '역대급 압승' 노리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개시를 하루 앞둔 28일, 보수 진영의 텃밭인 영남권에 당력을 총집결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부산과 경남을 잇는 이른바 '영남 벨트'를 공략해 이번 선거의 확실한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대구시장 선거에서 자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도부는 '사상 첫 대구 탈환'이라는 목표 아래 전례 없는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직접 대구를 찾아 신공항 건설을 위한 1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며 지역 경제 심폐소생을 강조했다.

 

대구 현장 유세에 합류한 한정애 정책위의장 역시 행정 절차가 완료된 신공항 사업의 조기 착공을 민주당이 책임지겠다며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대구의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중앙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세워, 보수 일색이었던 지역 정치 지형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당 정책위 차원에서도 대구 발전을 위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공언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이러한 지도부의 행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대구를 이번 선거의 최대 전략 요충지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대표는 사전투표 전 마지막 행선지로 경북 지역을 택하며 험지 공략의 정점을 찍었다. 정 대표는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와 함께 김천과 구미 등지를 돌며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민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영교 의원이 이끄는 오뚝유세단도 포항과 안동 등 경북 주요 도시를 훑으며 기초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이 경북 지역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 달성 조짐을 보이자, 과거 PK에 집중됐던 화력을 TK 전역으로 확장해 보수 진영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에서는 전재수 시장 후보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와 손을 잡고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북구 갑 지역을 마지막 유세지로 정한 전 후보는 시장 선거와 보궐선거의 동반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도 힘을 실어줄 민주당 의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며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했다. 두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함께 투표에 참여하며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경남에서는 범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확정된 김경수 지사 후보가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후보는 창녕 유세에서 과거 보수 정당 소속이었던 전직 군수들과 나란히 서서 '대통합'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 정치를 내세워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유도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일화 이후 급상승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경남 전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영남권 총공세는 수도권과 호남의 안정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영남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경우 사실상 완승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과거 낙동강 벨트에 국한됐던 공세 범위가 이제는 대구와 경북 내륙까지 확대되면서 보수 진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상의 수치가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사전투표를 앞두고 영남권에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남원 옛길 탐방, 춘향의 눈물과 오수개 충절을 걷다

던 주요 통로로, 소설 춘향전 속 이몽룡과 춘향이 이별의 눈물을 쏟았던 ‘오리정’이 그 출발점이다. 고을 경계에서 손님을 배웅하던 오리정 인근에는 춘향의 슬픔이 서린 ‘눈물방죽’과, 떠나는 임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 버선발로 뛰어갔다는 ‘버선밭’ 지명이 전해진다. 비록 도로 확장과 직선화 공사로 인해 옛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길가에 홀로 선 표지석들은 이곳이 단순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역사적 서사의 공간임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오리정을 지나 북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노거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대말방죽에 닿는다. 이곳은 조선시대 ‘반보기’ 풍습이 행해지던 애틋한 만남의 장소였다. 추석 직후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풀던 이 숲은, 모녀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소통의 광장이었다. 현재는 방죽 수면을 마름이 뒤덮고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이 힘겹게 싹을 틔우는 한적한 저수지로 변모했으나, 여전히 그 제방과 숲에는 수백 년 전 여인들이 나누었던 따뜻한 온기가 서려 있다.길은 다시 오수천변의 망북정으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바위 위에 우뚝 솟은 망북정은 18세기 관리들이 북녘 한양의 임금을 향해 절을 올리며 충절을 다짐하던 곳이다. 바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망북정’ 암각서는 당시 지식인들이 공유했던 충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수천 건너편은 우리에게 친숙한 ‘오수개 설화’의 실제 발생지로 추정되는 상리 천변이다. 흔히 원동산의 동상으로만 기억되는 오수개의 이야기는 사실 이 차가운 물줄기 옆에서 주인을 구하고 숨진 충직한 짐승의 실화에서 비롯되었다.과거 오수역참은 고을 관아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던 국가 교통의 핵심 요충지였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관통하며 천 년의 세월 동안 통신과 운송을 담당했던 이곳에는 이제 한 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만이 남아 역사의 부침을 지켜보고 있다. 500년 전 한 선비가 읊었던 시구에는 역 앞에 실재했던 ‘개 묻은 나무(獒樹)’에 대한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어, 설화 속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지역민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힌 역사적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임금을 그리워하는 나그네의 시름과 개의 충절이 한 공간에서 공명하고 있었던 셈이다.탐방의 종착지인 원동산에는 오수개의 넋을 기리는 의견비각과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 철교 공사 중 발굴된 의견비는 우여곡절 끝에 이곳으로 옮겨져 3.1 만세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장터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조형물 주위에 새겨진 부조 속 오수개는 불길 속에서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긴박한 순간을 보여준다. 이는 충의라는 거창한 명분을 넘어, 끝까지 곁을 지키는 존재로서의 다정함과 헌신이 무엇인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되묻는다.춘향의 이별로 시작해 오수개의 희생으로 마무리되는 이 옛길은 서로 다른 시대의 기억들이 오수천을 사이에 두고 겹쳐지는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직선화된 국도 옆으로 잊혀가는 지명들과 잡초 무성한 옛터들은 우리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오갔던 이 길은 지금도 설화와 풍경, 그리고 오래된 기억을 품은 채 묵묵히 흐르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걷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고, 잊혔던 가치들이 다시 살아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