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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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16시간 사투 끝 역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개표 현장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었다. 3일 오후 6시 정각, 지상파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민주당 정원오 후보 캠프는 승리를 확신하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오세훈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예측치가 나오자 관계자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일부 조사에서는 두 자릿수 격차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야권의 탈환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반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예상보다 큰 격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지도부와 실무진은 굳은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여기에 송파구 등 특정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는 돌발 상황까지 겹치며 캠프 내부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국민의힘 측은 선관위에 개표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며 항의했으나 절차는 멈추지 않았고, 자정을 넘길 때까지도 정 후보의 우세가 이어지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보였다.

 


반전의 서막은 동이 트기 시작한 4일 오전 7시 무렵부터 열렸다. 정 후보가 줄곧 유지해오던 수만 표의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오 후보 캠프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개표함이 열리면서 표심의 향방이 급격히 뒤틀린 것이다. 현장에 남아있던 지지자들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수치에 열광하며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정 후보 측이 예정했던 승리 브리핑을 급히 취소한 시점도 바로 이때였다.

 

오전 7시 16분, 마침내 개표 전광판의 순위가 뒤바뀌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오 후보가 정 후보를 추월하자 상황실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고, 절망에 빠졌던 관계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0.1%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이 한동안 이어졌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오 후보의 우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새벽 내내 텅 비어있던 캠프에는 다시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몰려들며 발 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패배를 직감한 정 후보는 오전 9시 30분경 캠프에 모습을 드러내 담담하게 승복의 뜻을 밝혔다. 그는 시민들의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상대 후보에게 축하를 건넸고, 지지자들은 오열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정 후보가 떠난 자리에는 떼어낸 홍보물과 빈 의자들만이 남아 밤새 치열했던 승부의 흔적을 대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착잡한 표정으로 현장을 지키며 향후 정국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승자로 확정된 오 후보는 오전 10시경 상황실에 나타나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결과를 성실한 시민들이 일궈낸 승리라고 정의하며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는 16년 전 한명숙 후보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역전극을 재현한 듯한 모습으로, 강남권의 압도적인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 후보는 당선 인사를 마친 뒤 곧바로 시정 복귀를 위한 실무 점검에 착수하며 16시간의 긴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유네스코 타이틀, 주민에겐 생존권 족쇄?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네스코의 엄격한 보존 지침이 오히려 지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원주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스스로 유산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지역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슬로바키아의 산간 마을 블콜리네츠는 이러한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1993년 중세 오두막의 원형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이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주민에게 등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좁은 마을을 점령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 문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박제된 유산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공식적인 등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기구의 규제가 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역시 보존과 생존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네스코의 유산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마사이족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목초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사이 국제연대동맹은 원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라리 세계유산 목록에서 이 지역을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강제 이주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며 유네스코의 보존 철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이미 유네스코와의 정면충돌 끝에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강제 삭제됐다. 극심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다리 건설을 추진하자 유네스코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유네스코 타이틀 대신 출퇴근의 편리함과 지역 발전을 선택했다. 이는 국제기구의 보존 권고보다 지역 공동체의 실질적인 필요가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영국의 리버풀 해상 무역 도시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리버풀시는 쇠락한 항구 지역을 재개발해 경제 활력을 찾으려 했으나, 유네스코는 역사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압박했다. 결국 리버풀은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지만, 당시 시장은 유네스코가 도시를 불모지로 남겨두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위 박탈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관광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유산 타이틀이 없어도 지역의 매력만 충분하다면 관광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문화재 전문가들은 이제 유네스코가 일방적인 보존만을 강요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적지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주민의 생활 편의와 경제적 자립을 고려한 유연하고 영리한 보존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산 반납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찾는 것이 전 세계 유적지들이 마주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