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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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추경호 운명의 12월, 대법원 확정판결


제9회 지방선거 기간 동안 잠시 멈췄던 광역단체장들의 법정 공방이 다시 막을 올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0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판을 재개했다. 지난 4월 말 이후 약 50일 만에 열린 이번 재판은 선거 사무를 고려해 일시 중단됐으나, 오 시장이 사상 첫 5선 고지에 오른 직후 다시 열리게 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선거 개입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뤄왔던 심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오 시장은 지난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정치권 인사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제3자가 지불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특검은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의 묵인이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왔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곧바로 결심 공판을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는 오 시장의 시장직 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1심 선고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비슷한 시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재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추 당선인의 공판은 재판부의 기일 변경에 따라 오는 17일로 연기됐다. 추 당선인은 과거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여당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방해해 계엄 해제 표결을 늦추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시장 당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된 만큼, 지역 정가에서는 재판 결과가 가져올 행정 공백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별검사법에 규정된 신속 재판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법조계에서는 1심 선고 이후 항소심을 거쳐 이르면 올해 12월 안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인 형사 재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당선인들은 취임과 동시에 치열한 법리 다툼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만약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서울과 대구는 다시 한번 시정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현행법상 오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을 즉시 상실하게 된다. 내란 관련 혐의를 받는 추 당선인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 처리가 된다. 두 광역단체장 모두 당선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생명이 결정되는 벼랑 끝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5선 시장과 거물급 정치인의 당선 무효 가능성은 차기 대권 구도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변수로 꼽힌다.

 

법원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재판부는 매주 한 차례 이상 집중 심리를 열어 연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당선된 단체장들이 법의 심판대 위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지에 따라 민선 9기 지방자치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재개된 재판은 그 긴박한 법적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