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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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한동훈, 차기 대권 양강 구도 형성

 전국 단위 선거인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어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들이 선거 승리의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상위권을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 고지에 오른 오세훈 시장이 9%의 지지율을 얻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는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행정가로서의 역량과 정치적 무게감을 동시에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세훈 시장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인물은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저력을 보인 한 의원은 8%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오 시장과 불과 1%포인트 차이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권 지지층 내에서는 두 인물이 각각 20% 안팎의 견고한 지지세를 확보하며 명확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의원은 과거 전성기 시절의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범야권 진영에서는 다소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7%를 기록하며 전체 3위에 올랐으나, 뒤를 잇는 주자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압도적인 구심점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5%로 추격 중이며 정청래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등 여러 인물이 지지율을 나눠 갖는 다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진보 진영의 지지세가 특정 인물에게 결집되지 못하고 분산되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야권 내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국 전 대표의 선전이다. 조 전 대표는 최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지역구 3위에 그치며 원내 진입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는 여전히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실제 선거에서의 득표력과는 별개로 그가 가진 정치적 상징성과 전국적인 인지도가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한다. 낙선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통해 새롭게 부각된 인물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대구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진숙 의원과 경기 지역 선거에 나섰던 황교안 전 총리 등이 1%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차기 주자군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또한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했으나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한 김부겸 전 총리 역시 1%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특정 인물을 선택하지 않은 유보층이 52%에 달한다는 점은 향후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지지율 지형도가 언제든 요동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차기 대선 향방으로 직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 측은 해당 조사가 후보군을 제시하지 않는 자유응답 방식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즉, 대선 경쟁의 실질적인 예고편이라기보다는 지방선거 직후의 정치적 체온을 측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직후 형성된 오세훈-한동훈 양강 체제와 야권의 다극화 구도는 당분간 정국의 핵심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네스코 타이틀, 주민에겐 생존권 족쇄?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네스코의 엄격한 보존 지침이 오히려 지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원주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스스로 유산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지역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슬로바키아의 산간 마을 블콜리네츠는 이러한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1993년 중세 오두막의 원형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이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주민에게 등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좁은 마을을 점령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 문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박제된 유산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공식적인 등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기구의 규제가 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역시 보존과 생존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네스코의 유산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마사이족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목초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사이 국제연대동맹은 원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라리 세계유산 목록에서 이 지역을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강제 이주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며 유네스코의 보존 철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이미 유네스코와의 정면충돌 끝에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강제 삭제됐다. 극심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다리 건설을 추진하자 유네스코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유네스코 타이틀 대신 출퇴근의 편리함과 지역 발전을 선택했다. 이는 국제기구의 보존 권고보다 지역 공동체의 실질적인 필요가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영국의 리버풀 해상 무역 도시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리버풀시는 쇠락한 항구 지역을 재개발해 경제 활력을 찾으려 했으나, 유네스코는 역사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압박했다. 결국 리버풀은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지만, 당시 시장은 유네스코가 도시를 불모지로 남겨두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위 박탈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관광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유산 타이틀이 없어도 지역의 매력만 충분하다면 관광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문화재 전문가들은 이제 유네스코가 일방적인 보존만을 강요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적지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주민의 생활 편의와 경제적 자립을 고려한 유연하고 영리한 보존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산 반납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찾는 것이 전 세계 유적지들이 마주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