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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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표 부동산 세제 개편…'조세 정상화' 승부수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핵심 방향을 '조세 제도 정상화'로 정의하며 투기 억제보다 왜곡된 과세 체계의 복원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부동산 세제가 가격 조절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본연의 형평성 기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각종 공제 제도와 복잡한 변형 기재들이 오히려 투기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될 개편안을 통해 주택 분야에 얽힌 복잡한 세금 구조를 단순화하고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이 대통령이 유튜브 실시간 댓글을 활용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 기준을 탐색한 점이다. 이 대통령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라 하더라도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차별적인 보유세 강화가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직접 물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 반응을 살피며 정책의 수용성을 확인하는 방식은 기존의 밀실 행정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온라인 참여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명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초고가 주택을 분류하는 구체적인 금액 기준을 두고는 국무위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 섞인 대화가 오갔다. 유튜브 설문 결과 시가 30억 원 이상을 적정 기준으로 꼽는 의견이 많았으나, 일부에서는 20억 원 선을 제시하며 팽팽한 의견 차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는 본인의 주택 가격을 언급하며 고가 주택 기준 설정의 민감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괴리를 지적하며, 국민 정서와 실제 자산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정교한 기준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축인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와의 미묘한 신경전이 포착되기도 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자체 차원의 부동산 정책 제언을 준비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구두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 총리는 예정된 국민 대토론회를 언급하며 현장 발언 대신 서류 보고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오 시장은 서울시의 재건축 및 재개발 현황과 공급 부족 원인 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청와대 정책실에 전달하며 서면으로 의견을 대신했다.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수렴된 여론과 서울시의 공급 현황 보고서를 종합하여 최종 세제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구간 신설이나 세율 조정 여부가 이번 개편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조세 제도가 투기 유발이라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보조적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정상화된 세제가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일정은 이달 말 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세부안을 공개한 뒤, 8월 중 입법 예고와 국회 제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불발된 오 시장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별도의 정책 협의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라는 거대 담론이 실제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K-팝의 원류를 찾아, 고령 가야금길의 울림

에도 박물관 입구의 정원 그네는 방문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야금 선율로 재해석된 현대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바람은 천 년 전 가야의 소리가 현재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품은 가야금의 소리는 낯선 멜로디조차 한국적인 서정성으로 감싸 안으며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우륵 박물관은 가야금의 창시자인 우륵의 생애와 전통 현악기의 역사를 집대성한 문화 공간이다. 과거 대가야의 가실왕은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기 위해 우륵에게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12곡을 짓게 했으나, 조국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우륵은 가야금을 품에 안고 신라로 망명하는 선택을 내린다. 적국의 예술가를 귀하게 여긴 진흥왕의 혜안과 예술의 혼을 지키려 했던 우륵의 결단 덕분에 가야의 소리는 신라 궁중음악으로 거듭나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박물관 내부에는 정악 가야금부터 산조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25현 가야금까지 악기의 변천사가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동나무 재료의 건조 과정부터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제작 공법, 부위별 명칭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거문고와 해금 등 다른 전통 악기들과의 음색 비교를 통해 국악의 풍성한 앙상블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의 세계를 깊이 있게 통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예술이 지닌 사회적 위상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의 뚜껑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음악가들이 사람과 동식물 위에 배치될 만큼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한다. 향로 속 현악기 연주자의 모습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가무를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키워왔음을 증명하는 사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유물을 대하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박물관 옆에 위치한 소리 체험관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현악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이다. 몽골 유목민의 애환이 담긴 마두금의 애절한 선율부터 인도의 시타르, 미얀마의 사웅가욱 등 각국의 독특한 현악기들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악기의 외형뿐만 아니라 실제 연주 장면과 소리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현악기라는 공통된 매개체가 인류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표현해왔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는 가야금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령 우륵 박물관 답사는 잊혀가는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비극적인 시대를 예술로 승화시킨 우륵의 삶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근본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초록 바람이 부는 그네에 앉아 가야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천 년의 세월을 건너온 울림이 현대의 감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맛보게 된다. 대가야의 혼이 서린 이곳은 무더운 여름,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담백하고 아정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