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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귀국하자마자 '데드크로스', 거부권이 분수령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거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문턱을 넘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야권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으며, 여당인 민주당은 이를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며 조속한 공포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귀국과 맞물려 발표된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상황이라 대통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민의 엄중한 명령으로 규정하며 배수진을 쳤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청와대 인근에서 현장 회의를 열고,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대대적인 탄핵 투쟁까지 예고했다. 특히 야권은 이 대통령이 과거에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발언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민주당과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야권의 주장을 근거 없는 정치 공세로 일축하며 입법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수사 구조 개혁의 핵심임을 재확인하며, 대통령이 당론으로 결정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균열의 조짐은 감지된다. 곽상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무리한 개혁을 비판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일부 의원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예외적 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별도 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과거 발언도 이번 결정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의 남용은 막아야 하지만, 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 국가 업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예외적인 보완수사는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정책 개혁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며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현재 민주당 강경파가 밀어붙이는 전면 폐지안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민심의 흐름은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리얼미터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하며 45.9%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50% 선을 돌파했다. 증시 불안과 경제적 위기감, 부동산 세제 논란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친 가운데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이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내릴 결정은 향후 국정 동력을 회복하느냐, 아니면 조기 레임덕의 늪으로 빠지느냐를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오는 4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최종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당인 민주당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지며, 이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향방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법안을 수용할 경우 야권의 탄핵 공세와 민심 이반이라는 거센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순방 직후 마주한 이 고차방정식의 해법에 따라 8월 정국은 물론 대한민국 수사 체계의 근간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 뚫고 피어난 고결함…밀양 배롱나무 기행

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결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서원과 정자 곳곳에 심겼던 배롱나무는 이제 밀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푸른 밀양강 줄기를 따라 굽어보는 고즈넉한 누각과 낡은 돌담 너머로 번지는 분홍빛 꽃물결은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밀양 배롱나무 기행의 첫 관문은 재약산의 정기를 품은 천년고찰 표충사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곳은 여름이 되면 경내 전체가 선홍빛으로 물들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배롱나무 군락은 사찰 특유의 적막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뽐낸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늘어진 분홍색 꽃가지는 재약산의 짙푸른 녹음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적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27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혜산서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1753년 조선 전기 학자 손조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서원 철폐령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혜산서원의 마당을 지키는 배롱나무는 서원의 굴곡진 역사와 닮아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붉은 꽃을 피워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 배롱나무 꽃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휘어진 소나무와 붉은 꽃이 기와 담장을 수놓는 풍경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학문의 길을 상기시킨다.선비의 풍류가 깃든 오연정과 월연정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밀양 배롱나무 여행의 정점이다.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연정은 정자에 오르는 순간 강물과 산줄기, 그리고 붉은 꽃가지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인근의 월연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근대 문화유산인 연월터널이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월연정과 쌍경당은 물과 달이 맑게 비치는 절경 속에 배롱나무꽃이 더해져 한국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준다.여름날의 뜨거운 순례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교동에 위치한 밀양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 앞마당에는 정숙한 기품을 간직한 배롱나무들이 굳건히 서 있다.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답게 이곳의 꽃들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며, 하얀 창호지 문 너머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꽃가지는 여백의 미를 완성한다. 향교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분홍빛 풍경은 여름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배롱나무는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그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다. 한 번에 지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특성 덕분에 8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가장 싱그러운 상태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부드러운 빛이 스며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붉은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다. 무더위 속 도보 이동이 많은 만큼 시원한 생수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 밀양의 붉은 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올여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