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정치

코리아정치

"그린벨트 대신 재개발" 오세훈, 정부에 건의

 정부와 서울시가 수도권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해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총동원하는 초강수 공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긴급 오찬 회동을 갖고 구로와 영등포 등 서울 내 준공업지역을 주거지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주택 공급 속도를 최대한 높이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성사된 것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댄 첫 고위급 회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동의 핵심 쟁점은 산업 시설과 주거지가 뒤섞인 준공업지역의 개발 규제를 얼마나 풀어주느냐에 쏠렸다. 현재 준공업지역을 개발할 때는 산업시설을 절반 가까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이 비율을 대폭 낮춰야만 실질적인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용적률 제한과 높은 분담금 탓에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차원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도심 내 대규모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준공업지역의 활용 가치에 깊이 공감하며 긍정적인 검토를 시사했다.

 


반면 주택 공급의 '치트키'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는 양측의 시각 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급 물량 극대화를 위해 일부 구역의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환경 보존과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기존 도심의 재건축과 재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이 주거 환경 개선과 공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7일 직접 2차 부동산 정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공급 대책의 세부 내용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를 포함해 서초동 조달청 용지, 여의도 유휴 부지 등 서울 도심 내 국공유지를 주택 공급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보고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에 발표했던 6만 가구에 더해 최소 5만 가구 이상의 신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시장에 강력한 공급 신호를 보낸다는 구상이다.

 


공급 방식도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위주의 공급에서 벗어나 도심 내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각종 인허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행정적 조치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금융과 재정 지원을 결합해 민간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대책 발표를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과열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지 선정 이후에도 이어질 토지 보상과 주민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 완화라는 큰 틀에서 협력 기조를 확인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음 주 발표될 대책이 서울 도심의 지형도를 바꾸고 주택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청와대와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폭염 뚫고 피어난 고결함…밀양 배롱나무 기행

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결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서원과 정자 곳곳에 심겼던 배롱나무는 이제 밀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푸른 밀양강 줄기를 따라 굽어보는 고즈넉한 누각과 낡은 돌담 너머로 번지는 분홍빛 꽃물결은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밀양 배롱나무 기행의 첫 관문은 재약산의 정기를 품은 천년고찰 표충사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곳은 여름이 되면 경내 전체가 선홍빛으로 물들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배롱나무 군락은 사찰 특유의 적막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뽐낸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늘어진 분홍색 꽃가지는 재약산의 짙푸른 녹음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적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27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혜산서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1753년 조선 전기 학자 손조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서원 철폐령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혜산서원의 마당을 지키는 배롱나무는 서원의 굴곡진 역사와 닮아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붉은 꽃을 피워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 배롱나무 꽃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휘어진 소나무와 붉은 꽃이 기와 담장을 수놓는 풍경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학문의 길을 상기시킨다.선비의 풍류가 깃든 오연정과 월연정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밀양 배롱나무 여행의 정점이다.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연정은 정자에 오르는 순간 강물과 산줄기, 그리고 붉은 꽃가지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인근의 월연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근대 문화유산인 연월터널이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월연정과 쌍경당은 물과 달이 맑게 비치는 절경 속에 배롱나무꽃이 더해져 한국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준다.여름날의 뜨거운 순례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교동에 위치한 밀양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 앞마당에는 정숙한 기품을 간직한 배롱나무들이 굳건히 서 있다.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답게 이곳의 꽃들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며, 하얀 창호지 문 너머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꽃가지는 여백의 미를 완성한다. 향교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분홍빛 풍경은 여름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배롱나무는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그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다. 한 번에 지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특성 덕분에 8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가장 싱그러운 상태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부드러운 빛이 스며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붉은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다. 무더위 속 도보 이동이 많은 만큼 시원한 생수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 밀양의 붉은 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올여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