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엔터

코리아엔터

'군체' 독주 속 '와일드 씽' 추격 개시

 지방선거 공휴일이었던 지난 3일, 극장가는 몰려든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가 있었다. 이 작품은 하루 동안 33만 명이 넘는 관객을 추가하며 개봉 1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개봉한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와 폐쇄 공간에서의 사투를 그린 이 영화는 전지현, 구교환 등 화려한 출연진의 열연에 힘입어 흔들림 없는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다.

 

'군체'의 흥행 기록은 매 순간이 신기록의 연속이다. 개봉 4일째에 이미 100만 고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5일째 200만, 10일째 300만을 넘어서며 파죽지세로 달려왔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감염자들의 기괴한 진화 과정이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자극했다는 평이다. 장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하며 장기 흥행을 위한 탄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런 독주 체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신작은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이다. 개봉 첫날 1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는 올해 최고 흥행작이었던 '왕과 사는 남자'의 오프닝 스코어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스크린 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높은 좌석 판매율을 기록하며 실관람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확인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강동원과 엄태구 등 배우들의 파격적인 코믹 변신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제대로 자극했다.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풍미했던 혼성 그룹이 20년 만에 재기를 꿈꾸는 무모한 도전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개봉 직후 CGV 에그지수 95%를 기록하는 등 실관람객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군체'가 주는 긴장감과는 상반된 유쾌한 에너지가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며 흥행 파이를 키우고 있다.

 


상위권 밖의 경쟁도 치열했다. 공포 영화 '백룸'은 신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일일 관객 11만 명을 유지하며 3위를 지켰고, 마이클 잭슨의 삶을 다룬 '마이클' 역시 146만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하며 꾸준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또한 휴일 효과를 톡톡히 보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고르게 관객을 나눠 가지며 극장가 전체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 휴일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군체'가 400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와일드 씽'이 강력한 흥행 파트너로 등장하며 쌍끌이 체제를 구축했다. 장르적 긴장감과 유쾌한 코미디라는 서로 다른 매력의 두 영화가 시너지를 내면서, 6월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