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엔터

코리아엔터

시카고 홀린 K팝 걸그룹, 롤라팔루자 무대 평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에스파와 (여자)아이들이 미국 시카고의 심장부에서 K팝의 압도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린 세계적인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에 나란히 초청된 두 팀은 각각 60분간의 단독 공연을 펼치며 현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출연을 넘어 북미 시장 내 K팝의 영향력이 주류 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여자)아이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을 뽐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지난달 31일 T-모바일 스테이지에 등장한 이들은 신곡 '김미 댓 러브'를 비롯해 '톰보이', '퀸카' 등 전 세계적인 히트곡들을 올 밴드 사운드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빗줄기 속에서도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멤버들의 능숙한 무대 매너에 현지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떼창으로 화답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이어 지난 2일 알리안츠 스테이지의 주인공으로 나선 에스파는 특유의 강렬한 '쇠맛' 퍼포먼스로 시카고의 밤을 수놓았다. 데뷔곡 '블랙맘바'로 포문을 연 에스파는 '넥스트 레벨', '아마겟돈', '슈퍼노바' 등 메가 히트곡들을 연달아 쏟아내며 현장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미국 유명 래퍼 타이 달라 사인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에스파와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치며 글로벌 팝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두 팀의 무대는 음악적 스펙트럼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남겼다. (여자)아이들은 리더 소연의 진두지휘 아래 16곡에 달하는 세트리스트를 구성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과시했고, 에스파는 독보적인 메타버스 세계관과 결합된 압도적인 비주얼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현지 언론들은 "K팝 걸그룹들이 지닌 서로 다른 매력이 시카고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을 마친 멤버들은 현지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에스파는 수만 명의 관객이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여자)아이들 역시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번 롤라팔루자 무대는 두 팀에게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이어질 글로벌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시카고 그랜트 파크를 가득 메운 수만 명의 관중이 K팝 선율에 하나가 된 이번 사례는 글로벌 음악 축제에서 한국 가수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밴드 사운드와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현지 관객들과 호흡한 에스파와 (여자)아이들의 활약은 K팝의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글로벌 팝 시장의 중심부에서 거둔 이번 성과는 향후 다른 K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폭염 뚫고 피어난 고결함…밀양 배롱나무 기행

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결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서원과 정자 곳곳에 심겼던 배롱나무는 이제 밀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푸른 밀양강 줄기를 따라 굽어보는 고즈넉한 누각과 낡은 돌담 너머로 번지는 분홍빛 꽃물결은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밀양 배롱나무 기행의 첫 관문은 재약산의 정기를 품은 천년고찰 표충사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곳은 여름이 되면 경내 전체가 선홍빛으로 물들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배롱나무 군락은 사찰 특유의 적막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뽐낸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늘어진 분홍색 꽃가지는 재약산의 짙푸른 녹음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적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27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혜산서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1753년 조선 전기 학자 손조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서원 철폐령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혜산서원의 마당을 지키는 배롱나무는 서원의 굴곡진 역사와 닮아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붉은 꽃을 피워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 배롱나무 꽃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휘어진 소나무와 붉은 꽃이 기와 담장을 수놓는 풍경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학문의 길을 상기시킨다.선비의 풍류가 깃든 오연정과 월연정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밀양 배롱나무 여행의 정점이다.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연정은 정자에 오르는 순간 강물과 산줄기, 그리고 붉은 꽃가지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인근의 월연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근대 문화유산인 연월터널이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월연정과 쌍경당은 물과 달이 맑게 비치는 절경 속에 배롱나무꽃이 더해져 한국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준다.여름날의 뜨거운 순례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교동에 위치한 밀양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 앞마당에는 정숙한 기품을 간직한 배롱나무들이 굳건히 서 있다.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답게 이곳의 꽃들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며, 하얀 창호지 문 너머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꽃가지는 여백의 미를 완성한다. 향교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분홍빛 풍경은 여름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배롱나무는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그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다. 한 번에 지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특성 덕분에 8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가장 싱그러운 상태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부드러운 빛이 스며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붉은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다. 무더위 속 도보 이동이 많은 만큼 시원한 생수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 밀양의 붉은 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올여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