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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197만 '휴민트', 넷플릭스선 왜 잘 나갈까?

 극장가에서 쓴맛을 봤던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대작 '휴민트'가 안방극장에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 23일 넷플릭스 코리아의 영화 부문 10위에 다시 이름을 올린 이 작품은 극장 종영 이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순위 역주행을 기록 중이다. 조인성과 박정민 등 초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235억 원의 거액이 투입됐던 이 영화는 개봉 당시 197만 관객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으나,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작품성을 재평가받고 있다.

 

'휴민트'의 극장 흥행 실패에는 대진운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일주일 먼저 개봉해 1,400만 관객을 쓸어 담은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스크린을 독점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류승완 감독조차 당시의 압도적인 경쟁 상황을 인정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실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여성 캐릭터 활용 방식 등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며 극장 동력을 빠르게 상실했다. 결국 영화는 개봉 49일 만에 넷플릭스행을 택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전략적인 플랫폼 이동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넷플릭스 공개 직후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등극하며 전 세계 67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을 포함해 대만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며 극장에서의 부진을 글로벌 시청 수로 만회했다. 배급사인 NEW 측은 극장 개봉의 열기가 식기 전 글로벌 시장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 것이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데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영화 제목인 '휴민트'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을 뜻하는 '휴먼 인텔리전스'의 약자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한 네 인물의 쫓고 쫓기는 첩보전을 다룬다. 국정원 요원 역의 조인성과 북한 보위성 요원으로 분한 박정민의 강렬한 액션 합은 류승완 감독 특유의 타격감 넘치는 연출과 만나 시너지를 냈다. 여기에 박해준과 신세경이 가세해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첩보 액션 장르의 묘미를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역주행의 핵심 동력이다. 조인성은 총기 액션뿐만 아니라 도구를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 장면을 소화하며 전작 '밀수'에 이어 류 감독과의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북한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한 신세경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박해준의 합류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첩보물에 입체적인 재미를 더했다. 류 감독은 '베를린'과 '모가디슈'를 잇는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의 마침표를 찍으며 자신만의 액션 미학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휴민트'의 이번 반전 흥행은 한국 영화 유통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극장 흥행이 곧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던 과거의 공식에서 벗어나, OTT 플랫폼이 영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수익을 보전하는 필수적인 경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극장 개봉 직후 빠르게 OTT로 넘어가는 배급 방식이 기존 홀드백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번 사례가 향후 한국 영화 배급 전략의 표준이 될지, 아니면 특수한 성공 사례로 남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성수동 넘어 건대까지, 팝업 성지 지도 바뀐다

어 방문이나 특정 지역의 맛집을 찾아 떠나는 '빵지순례', 개성을 드러내는 '꾸미기'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강력한 상권을 형성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전, 김천, 양양 등 전국으로 확산하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서울의 경우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가 경험 마케팅의 절대적인 중심지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전체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4건 중 1건이 성동구에 집중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 특히 성수동의 핵심 상권인 연무장길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팝업 열풍은 서울숲과 뚝섬을 넘어 동쪽인 건대입구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는 브랜드들이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선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점을 시사한다.실제로 경험과 소비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시너지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성수동 상권의 단위 면적당 매출은 전통적인 강자인 강남을 압도하고 있다. 패션 업종의 경우 성수의 평당 매출이 강남보다 3.8배나 높았으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역시 성수가 강남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접근성이 좋은 곳보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거리가 풍부한 곳에서 지갑을 더 기꺼이 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지역 상권 역시 고유의 콘텐츠를 무기로 외지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전은 성심당이라는 강력한 IP를 활용해 전국적인 '빵지순례'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통계에 따르면 대전의 외지인 방문객과 관광 소비 증가율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특히 성심당 본점이 위치한 중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천 또한 지역 특색을 살린 김밥축제를 통해 인구수를 뛰어넘는 인파를 끌어모으며 문화관광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등 콘텐츠의 힘을 증명해냈다.강원 양양과 충남 예산 역시 경험 소비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지역들이다. 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양양은 성수기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의 27배에 달하며 강원도 전체 카드 사용액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기염을 토했다. 예산시장 또한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와 협업한 대대적인 정비 이후 2030 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로 급부상했다. 재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죽어가던 전통시장이 어떻게 경험의 성지로 부활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자 경험 설계 능력이 브랜드와 지역의 생존을 결정짓는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빠르게 변하고 유사한 경험에는 쉽게 실증을 느끼는 특성상, 상품이나 지역 고유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정교한 기획이 필수적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 하나뿐인 경험'을 제공하는 곳만이 치열한 상권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