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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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윤석열 지지자?" 젊은 여성들 사진 도용해 정치 선동

 소셜미디어 공간이 타인의 신분을 훔쳐 특정 정치색을 입히는 가짜 계정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일상 사진을 프로필로 내세워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계정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거나 "우리 손으로 뽑았는데 왜 눈치를 보느냐"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를 올리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들 계정에 사용된 사진의 주인공들은 정작 본인의 얼굴이 정치적 선동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초상권을 침해당한 일반인들이었다.

 

도용 대상은 직업과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20~30대 승무원부터 쇼핑몰 피팅 모델, 인플루언서, 심지어 유명 연애 예능 프로그램인 '환승연애2' 출연자 성해은 씨의 과거 사진까지 무단으로 사용됐다. 이들 계정은 수영복이나 골프웨어를 입은 사진 등 대중의 관심을 끌기 쉬운 이미지를 게시하며 마치 해당 인물이 직접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한 계정에서 여러 명의 사진을 번갈아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과 게시물 속 인물이 다른 조잡한 형태도 포착됐다. 이는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젊은 여성층이 두텁다는 착시 현상을 노린 의도적인 연출로 보인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적인 배후가 의심되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계정의 접속 정보를 확인해 보면 한국이 아닌 캄보디아 등 해외 IP가 포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들은 외국인 사칭 계정을 통해 "애국보수끼리 소통하자"며 접근한 뒤 댓글이나 메시지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정치 집단이 가짜 우파 계정을 대량으로 생성해 운영한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정치적 동질감을 미끼로 신뢰를 쌓은 뒤 로맨스 스캠이나 불법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금전 사기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사진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것을 확인한 피해자들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문제의 게시물을 캡처해 공유하며 "나는 해당 정치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사진을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정치적 신념은 혼자 간직하라"며 경찰 고소 의사를 분명히 했고, 지인들의 사진이 우파 행세에 이용되고 있다는 제보도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적 이미지와 사회적 평가가 왜곡되는 것에 대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가짜 계정 신고를 독려하고 나섰다.

 


법조계는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타인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초상권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이며, 이를 통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특히 최근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타인의 이름이나 사진, 신분 정보를 사칭하는 행위 자체가 '스토킹' 유형에 포함되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의 이용약관이 콘텐츠 공유를 허용하더라도, 이를 정치적·영리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위다. 가짜 계정들은 이용자들의 소속감과 외로움을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고한 일반인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고소와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타인의 신분을 사칭해 거짓된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행위는 엄중한 법적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만 아리산의 붉은 눈물, 녹슨 철길 위에 흐른다

위한 경유지가 아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낡은 철로부터 100년 된 목조 가옥, 시장 골목의 뜨거운 국물 한 그릇까지, 모든 것이 아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의 서문 역할을 한다.자이의 심장부에는 아리산의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삼림 철도의 흔적이 선명하다. 차고지에 멈춰 선 붉은 증기기관차와 녹슨 선로는 낭만적인 풍경 이면에 아픈 역사의 상처를 품고 있다. 천 년 수령의 편백과 삼나무를 베어 나르던 이 길은, 숲의 눈물이 흐르던 통로이자 근대화의 동력이었던 이중적인 역사를 증언한다.일제강점기 벌목 노동자들이 머물던 관사 단지는 이제 '히노키 빌리지'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낡고 불편한 과거를 지우는 대신, 보수하고 다듬어 현재와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으며 편백 향기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상처를 미화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도시의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도시의 묵직한 역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다.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린총밍' 식당의 뜨거운 어탕(魚湯) 한 그릇은 자이의 따뜻한 심장과도 같다. 커다란 솥에서 끓어오르는 뽀얀 국물과 왁자지껄한 시장의 활기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맛이다. 투박하지만 깊은 감칠맛이 밴 국물은 낯선 여행자의 경계심마저 녹여버린다.자이의 여정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삼림열차 대신 차를 몰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중산간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를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산허리를 감싼 안개는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아리산의 다원은 이 산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정수를 드러낸다.혹독한 일교차와 짙은 안개를 견디며 농축된 향을 품은 아리산 우롱차. 찻잔에 피어오르는 화사한 꽃향기와 뒤이어 밀려오는 부드러운 단맛은 단순한 미각적 경험을 넘어선다. 그것은 장엄한 산의 풍경을 입안에 머금는 것과 같은 고요한 의식이며, 이 도시와 산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