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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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여자 말고 '제3의 성'..래퍼도 국회의원도 저격한 '그 교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초등학교 성교육 근황’이라는 게시물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젠더(Gender) 교육’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해당 게시물에 포함된 교재 내용이 전통적인 성 관념과 충돌하면서, 정치권과 유명 연예인까지 가세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자료의 적절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성(性)’을 어떻게 정의하고 다음 세대에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관 충돌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교재는 성을 단순히 생물학적 구분으로만 보지 않는다. 해당 교재는 “성은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고 전제하며, 생식 기관의 차이에 따른 ‘생물학적 성’ 외에도 사회·문화적 판단 기준인 ‘사회적 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비판론자들의 공분을 산 대목은 성의 결정 요인에 대한 설명이다. 교재는 “성(性)은 지식, 가치, 신념, 욕구,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며, 이를 모두 포함해 성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성을 (남녀로) 구분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성별을 고정불변의 생물학적 사실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구성되는 개념으로 보는 ‘구성주의적 젠더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보수 진영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진짜 초등학생 성교육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성별은 남녀로 명확히 구분되며 이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해당 교육이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고, 나아가 사회를 지탱하는 기존 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성별 정체성 교육이 공교육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래퍼 비와이 역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SNS에 “제정신이냐”는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성경 창세기의 구절을 인용하며 반박했다.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남자가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등의 구절을 통해 성별은 신이 부여한 질서이며, 남녀의 결합만이 올바른 성의 모습임을 강조했다. 이는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젠더 이데올로기 교육을 거부하는 학부모들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서구 사회에서 이미 격렬하게 진행 중인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주의’와 ‘전통적 가치’ 간의 충돌이 한국 교육 현장에서도 본격화되었음을 시사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성 소수자 인권과 다양성 존중 차원에서 성의 사회적 맥락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이를 ‘급진적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옹호 교육’의 일환으로 보고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가장 기초적인 사회화 과정이다. 그렇기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생물학적 차이를 넘어선 ‘사회적 성’ 개념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비판과,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향후 교육 과정 개편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만 아리산의 붉은 눈물, 녹슨 철길 위에 흐른다

위한 경유지가 아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낡은 철로부터 100년 된 목조 가옥, 시장 골목의 뜨거운 국물 한 그릇까지, 모든 것이 아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의 서문 역할을 한다.자이의 심장부에는 아리산의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삼림 철도의 흔적이 선명하다. 차고지에 멈춰 선 붉은 증기기관차와 녹슨 선로는 낭만적인 풍경 이면에 아픈 역사의 상처를 품고 있다. 천 년 수령의 편백과 삼나무를 베어 나르던 이 길은, 숲의 눈물이 흐르던 통로이자 근대화의 동력이었던 이중적인 역사를 증언한다.일제강점기 벌목 노동자들이 머물던 관사 단지는 이제 '히노키 빌리지'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낡고 불편한 과거를 지우는 대신, 보수하고 다듬어 현재와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으며 편백 향기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상처를 미화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도시의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도시의 묵직한 역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다.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린총밍' 식당의 뜨거운 어탕(魚湯) 한 그릇은 자이의 따뜻한 심장과도 같다. 커다란 솥에서 끓어오르는 뽀얀 국물과 왁자지껄한 시장의 활기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맛이다. 투박하지만 깊은 감칠맛이 밴 국물은 낯선 여행자의 경계심마저 녹여버린다.자이의 여정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삼림열차 대신 차를 몰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중산간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를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산허리를 감싼 안개는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아리산의 다원은 이 산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정수를 드러낸다.혹독한 일교차와 짙은 안개를 견디며 농축된 향을 품은 아리산 우롱차. 찻잔에 피어오르는 화사한 꽃향기와 뒤이어 밀려오는 부드러운 단맛은 단순한 미각적 경험을 넘어선다. 그것은 장엄한 산의 풍경을 입안에 머금는 것과 같은 고요한 의식이며, 이 도시와 산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