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매일

사회매일

올림픽공원 시위대 내분, "너 프락치냐" 눈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엿새가 지났지만, 투표용지 부족으로 시작된 시민들의 항의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점화된 이번 시위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개표소로 거점을 옮겨 나흘째 밤샘 농성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초기에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단순한 항의로 시작되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공정'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2030 세대가 대거 현장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특정 정당의 구호나 이념적 상징물을 배제한 채 오로지 참정권 보장과 시스템 오류에 대한 책임만을 묻고 있다.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집결하며 현장 질서를 유지하고 쓰레기를 줍는 등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었다. 이들에게 선거는 결과의 유불리를 떠나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자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청년층이 주도하는 시위 현장에서는 기성 정치권의 문법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인쇄된 전단지 대신 손으로 쓴 스케치북 피켓이 등장했고, 확성기를 든 선동가 없이도 집단지성을 통해 행동 원칙이 공유되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논란을 입시나 취업 현장에서 겪어온 불공정 이슈와 동일 선상에 놓고 보고 있다. 시험지 부족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재시험을 봐야 한다는 상식이 국가 선거 관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현장 내부에서는 미묘한 균열과 갈등의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재선거라는 단일 목적에 집중하려는 청년층과 달리, 기존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세력이 유입되면서 시위의 성격이 변질될 조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8일 오전에는 경기장을 이용하려는 운동선수들의 가방을 강제로 검사하거나, 온건한 목소리를 내는 참가자를 '프락치'로 몰아세우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극단적 행동은 순수하게 참여했던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와 수사 기관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진상 규명 지시에 따라 경찰은 선거 사무에 투입된 공무원들의 단체 대화방을 압수수색하고 투표용지 인쇄업체를 대상으로 계약 및 공급 과정을 정밀 조사 중이다. 특히 투표 마감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판단 착오와 용지 배분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유권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광범위하게 진행되며 사법적 판단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올림픽공원 일대는 재선거를 요구하는 간절한 목소리와 정파적 갈등이 뒤섞인 혼돈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선관위는 행정적 미숙함을 인정하면서도 재선거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표소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수사 결과와 정부의 후속 대책이 발표될 때까지 개표소 앞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