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매일

사회매일

이재명 정부 1주년, '성평등부' 이름값 못 했다 비판

 이재명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사회 안전 매트리스' 강화를 천명했으나, 노동과 건강권 등 핵심 영역에서의 성평등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출범 초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명칭을 변경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현장에서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통령이 강조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 구상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현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다. 성평등부는 조직 내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당초 목표했던 지방선거 전후 발표는 무산되었다. 여성 노동계는 현재 논의되는 공시 대상이 대규모 사업장에만 국한되어 있어, 정작 성차별이 심각한 중소 영세 사업장의 여성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공시 항목 역시 단순 임금을 넘어 승진과 모성보호제도 활용 현황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 보장 문제도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낙태죄 폐지 이후 임신중지 수술은 사실상 합법화되었으나, 먹는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의 도입은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속에 6개월째 공전 중이다. 식약처는 법 개정 미비를 이유로 품목 허가를 미루고 있고, 성평등부와 복지부 역시 적극적인 조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탈모약 급여화 논의보다 시급한 것이 여성의 생존과 직결된 피임 및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편입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우선순위를 비판하고 있다.

 

성평등부로의 개편 취지였던 '다양한 성에 대한 포용적 논의'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정부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을 명시했으나, 실제 입법 과정에서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권 선진국을 표방하며 국제 사회에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참여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법안 통과를 위한 정치적 동력 확보에는 미온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이슈에 대한 사후 규제보다는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혐오 발언이나 특정 범죄에 대한 금지 정책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구조를 바꾸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교육과 문화,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 가치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개혁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촘촘한 행정을 통해 국민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성평등 정책의 공백은 그 매트리스의 구멍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출범 2년 차를 맞는 성평등부가 부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선언적인 구호를 넘어 임금 격차 해소와 건강권 보장 등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여성계의 거센 비판 속에 정부가 차별금지법 입법과 성평등 임금제 시행에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국정 동력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작용하며 스트레이트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