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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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최저임금 16% 인상안…노사 전면전 예고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하한선을 올해보다 16.3% 대폭 인상된 1만 2천 원으로 설정하며 본격적인 임금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5일 서울 도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천명했다. 이는 월 환산액 기준 250만 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저율 인상 기조를 깨고 노동 가치를 정상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양대노총은 지난 3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 폭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상 요구의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통계상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으나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정부가 산출한 적정 생계비에도 크게 못 미친다며, 불평등한 경제 성장의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소득 주도의 내수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요구안에는 단순히 시급 인상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구체적인 방안들도 포함되었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인 배달기사와 택배 노동자 등 도급제 근로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수고용직이라는 명목하에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습 기간이나 장애인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감액 규정을 폐지하여 차별 없는 임금 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경제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노동계는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히 높은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여성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의 재도입과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 병행을 제안했다. 이는 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계의 요구안에 대해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수치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 측은 아직 공식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으나, 소상공인들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들어 동결 혹은 최소 수준의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를 둘러싼 노사 양측의 격렬한 설전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6일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등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법정 심의 기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지만, 노사 간의 입장 차가 워낙 커 기한 내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종 확정 고시를 해야 하는 8월 초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중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유네스코 타이틀, 주민에겐 생존권 족쇄?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네스코의 엄격한 보존 지침이 오히려 지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원주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스스로 유산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지역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슬로바키아의 산간 마을 블콜리네츠는 이러한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1993년 중세 오두막의 원형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이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주민에게 등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좁은 마을을 점령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 문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박제된 유산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공식적인 등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기구의 규제가 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역시 보존과 생존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네스코의 유산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마사이족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목초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사이 국제연대동맹은 원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라리 세계유산 목록에서 이 지역을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강제 이주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며 유네스코의 보존 철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이미 유네스코와의 정면충돌 끝에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강제 삭제됐다. 극심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다리 건설을 추진하자 유네스코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유네스코 타이틀 대신 출퇴근의 편리함과 지역 발전을 선택했다. 이는 국제기구의 보존 권고보다 지역 공동체의 실질적인 필요가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영국의 리버풀 해상 무역 도시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리버풀시는 쇠락한 항구 지역을 재개발해 경제 활력을 찾으려 했으나, 유네스코는 역사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압박했다. 결국 리버풀은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지만, 당시 시장은 유네스코가 도시를 불모지로 남겨두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위 박탈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관광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유산 타이틀이 없어도 지역의 매력만 충분하다면 관광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문화재 전문가들은 이제 유네스코가 일방적인 보존만을 강요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적지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주민의 생활 편의와 경제적 자립을 고려한 유연하고 영리한 보존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산 반납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찾는 것이 전 세계 유적지들이 마주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