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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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반값 세일' 나선 식품기업들...할인 끝나면 결국 '조삼모사'?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공식품 품목 중 75%에 해당하는 53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던 시기에 가공식품 가격이 다수 인상됐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정부 교체기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가격 감시기능이 느슨해진 틈을 타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라며 직접 물가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 실제로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2%로 다시 2%를 넘어선 주요 원인이 가공식품(4.6% 상승)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커피(12.4%), 햄·베이컨(8.1%), 라면(6.9%)의 상승폭이 두드러졌으며, 라면 가격은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4일 식품·유통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농심, 오뚜기, 삼양, SPC,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기업들과 함께 7월 한 달간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시작했으며, 다른 기업들도 7월 중 마트와 편의점에서 라면, 빵, 커피·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을 1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시적 할인 대책이 물가 안정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 정부도 물가 급등기에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대부분 일시적 수급 불안이 발생하는 농축수산물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가공식품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특성이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1년 이후 24년 동안 가공식품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는 기업들이 라면, 과자, 음료 등의 가격을 한번 올리면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소주와 맥주의 외식가격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주류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한 후, 자영업자들이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할인행사에 나서면서 7~9개월간 소주·맥주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영 한계에 다다른 업주들이 할인행사를 중단하자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한시적 할인행사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적일 뿐이다.

 

물가를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25년 1~4월 원맥(소맥분) 평균 가격은 2022년 대비 22.6% 하락했고, 대두는 41.3%나 급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오히려 13.6% 상승했으며, 라면은 14.2%, 빵은 19.4%가 올랐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시행하라"고 촉구했지만, 소비자들의 경험상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을 이유로 상품 가격을 내린 사례는 거의 없었다.

 

결국 정부의 한시적 할인행사 유도는 7월이나 8월 물가 상승률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한번 오른 가격을 근본적으로 내리지 않는 한 서민들에게는 '조삼모사'식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기업들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할인 판매에 나서겠지만, 그 이면에서는 '어수선한 틈에 가격 올려두길 잘했다'며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대급 폭염에 ‘호캉스 대탈출’ 시작

호텔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과 짧은 휴가 기간, 그리고 호캉스 선호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1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부산, 속초, 제주 등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의 호텔과 리조트는 7월 말~8월 초 사이 객실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특히 조식, 룸서비스, 수영장 이용이 포함된 바우처형 패키지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조트 속초는 해당 기간 예약률이 만실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으며, 부산의 L7해운대 호텔은 지난해보다 예약률이 16%포인트 상승했다. 롯데호텔 제주 역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판매량이 전달보다 두 배 늘어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올인클루시브 패키지는 숙박 외에도 조식과 석식, 수영장, 간식,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포함돼 있는 고급형 상품이다. 롯데호텔 제주가 선보인 2박 전용 올인클루시브 패키지에는 풀카페에서 치킨, 피자, 자장면 등 중 1가지 메뉴를 하루 2회 제공하는 구성도 포함돼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완전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호텔에서만 머무르며 휴식을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족'의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 역시 제주의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와 제주신라호텔, 부산 해운대 신라스테이에서 수영장 내 식음료를 포함한 패키지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라호텔은 투숙 기간 중 횟수 제한 없이 야외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고, 룸서비스 및 레스토랑 이용권 30만원 상당이 포함된 3박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목표 예약률을 50% 초과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스틴조선부산과 그랜드조선부산의 7월 말~8월 초 예약률도 지난해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 호텔 강원·제주 지점들 또한 이 시기 모두 만실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다양한 실내외 활동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가 공통적으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어 소비자 수요가 뚜렷하다는 것을 방증한다.소노호텔앤리조트의 비발디파크, 델피노, 쏠비치 등도 같은 기간 만실이며, 워터파크 오션월드를 함께 운영하는 홍천 비발디파크의 경우, 조식과 워터파크, 인피니티풀을 모두 포함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예약이 예상보다 50% 이상 더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야외 이동을 꺼리는 휴가객들이 호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 전망'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정한 여름휴가 시점은 ‘7월 하순’(49.4%), ‘8월 초순’(42.2%)에 집중됐고, 휴가 일수는 ‘3일’이 42.5%로 가장 많았다. '5일 이상'은 32.6%로 나타났다. 이처럼 짧은 휴가 기간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며 호캉스 트렌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여기에 더해 2025년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7월 초부터 이어지는 이례적 폭염이 7월 말~8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시기는 평년에도 가장 더운 시기인 만큼, 무더위에 야외 활동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출과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음식 위생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폭염 속 호텔 패키지 상품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여름철 건강과 안전까지 고려한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