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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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당했는데…은행 믿고 신청했더니 100명 중 10명만 '찔끔' 배상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구제를 위해 도입된 은행권 자율배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제도 시행 후 지난 1년 8개월간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피해 배상 신청 건 중 실제 배상까지 이어진 경우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상담은 2135건에 달했지만, 정식으로 배상 신청이 이뤄진 것은 173건에 그쳤다. 그마저도 은행이 심사를 완료한 92건 중 실제 배상이 결정된 사례는 단 18건에 불과해, 전체 신청 건수 대비 약 10%, 상담 건수와 비교하면 1%도 채 되지 않는 처참한 실적을 보였다.

 

은행의 문턱은 높고 까다로웠다. 신청된 173건 중 3분의 1이 넘는 60건(34.7%)은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직접 자금을 이체했거나, 연애를 빙자한 사기인 '로맨스 스캠', '중고 거래 사기' 등이라는 이유로 아예 심사 대상에서부터 제외됐다. 현행 자율배상 제도가 은행의 과실이 명확한 '비대면 금융사고'에 한정되어 있어, 교묘한 수법에 속아 넘어간 대다수 피해자는 구제받을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은행의 과실이 인정되어 배상이 이뤄진 18건조차 피해자가 신청한 금액이 온전히 보전된 경우는 없었다. 이들 18건의 총피해 신청액은 6억 3762만 원이었지만, 은행이 실제로 지급한 배상액은 22.1% 수준인 1억 4119만 원에 불과해 피해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은행별 대응 역시 제각각이었다. 국민은행이 6건(8352만 원)으로 가장 많은 배상을 실시했고, 신한은행 7건(1316만 원), 농협은행 5건(4451만 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단 한 건의 배상 사례도 없어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문제는 2금융권에서 더욱 심각했다.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상호금융 등에서 올해부터 자율배상 제도가 도입됐지만, 전체 신청 123건 중 배상이 이뤄진 것은 단 2건(1.6%)에 그쳐 사실상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금융사들이 '자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피해자 보호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직접 칼을 빼 들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금융회사의 직접적인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무과실 배상 책임' 도입을 발표했다. 이는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속아 직접 돈을 보낸 경우에도 금융회사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다. 당정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구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수많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만 비켜!"…'국가정원' 타이틀 노리고 부산에 상륙한 30개 명품 정원

'2025 부산가든쇼'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부산정원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행사는 올해부터 명칭을 바꾸고 '즐거움 셋, 정원 하나'라는 새로운 주제 아래 한층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로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단순한 꽃과 나무의 전시를 넘어, 세계적인 정원 작가들의 예술혼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 축제로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사상구는 삼락생태공원을 순천만이나 태화강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대표 정원 명소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이번 가든쇼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다.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작가는 '헤이븐(Haven)'이라는 작품을 통해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 온전한 안식처를 선사한다. 또한, 자연의 유기적인 순환과 조화를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해 온 손경석 작가는 '오가닉 링스(Organic rings)'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깊은 생태적 영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두 거장의 작품을 필두로, 부산 사상·동래·남구 등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지역 작가정원', 서울시와의 교류를 통해 조성되는 '교류 정원', 그리고 시민 정원사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가꾼 '시민참여정원' 등 총 30여 개의 다채로운 정원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이는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정원 조성을 시민의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정원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특히 올해는 부산도시공사, 부산은행, LG전자 등 7개 기업이 참여하는 'ESG(사회·가치·경영) 기업 동행 정원'이 새롭게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낙동강 하구의 자연환경과 철새 도래지, 습지, 수생식물 군락 등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주제로 삼아 지속 가능한 녹색정원을 선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아름다운 정원 예술로 승화시킨 이번 시도는 방문객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참여 기업에게는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행사 기간 동안 정원 속에서 즐기는 '가든 음악회', 자연과 하나 되어 심신을 단련하는 '가든 요가·필라테스', 삼락생태공원의 자연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생태 녹색관광'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사상구는 이번 부산가든쇼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매년 국내외 저명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이를 상설 공간으로 남겨 삼락생태공원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이 "부산가든쇼를 통해 사상이 순천만과 태화강을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 정원의 중심으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행사는 부산이 세계적인 정원 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16일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는 이번 가든쇼가 삭막한 도시의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푸르른 위로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