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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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만 싸구려 아냐!" 5000원의 심리학, 글로벌 유통가를 흔들다

 고물가 시대의 그림자가 전 세계 소비 시장을 뒤덮으면서, 유통업계가 '5000원 이하'라는 파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아마존, 무인양품, 이마트 등 글로벌 유통 강자들이 앞다퉈 이 경쟁에 뛰어들며, 제품의 원가와 마진을 먼저 고려하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가격 역설계'라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먼저 5000원(또는 5달러, 500엔) 이하의 판매 가격을 확정한 뒤, 그에 맞춰 제품의 용량, 포장, 사양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고물가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최근 신규 브랜드 '아마존 그로서리'를 출범, 육류, 해산물, 유제품 등 1000여 개 품목 대부분을 5달러 미만에 제공하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일본의 생활 잡화점 무인양품 역시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과 현지 초저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500엔 이하 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무지 500' 매장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20년 가까이 5000원 이하 가격 정책을 고수하며 상품의 형태와 용량을 조절해왔고, 이마트 또한 지난 8월 전 품목 5000원 이하의 자체 브랜드 '5K PRICE'를 선보이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유통업체들이 5000원이라는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용량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5000원'이라는 가격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이익이 거의 남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에서 판매되는 1000~2000원대 초저가 제품들이 품질 문제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5000원대 제품은 '싸지만 싸구려는 아닌'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심리학적으로도 5000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폐 한 장으로 부담 없이 결제할 수 있는 단위 중 가장 접근성이 높은 '심리적 최소 가격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황진주 겸임교수는 "1000원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면서도 1만원보다는 훨씬 저렴해 구매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은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5000원 이하' 전략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생존 공식이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년 한국인 여행지 1위, '도쿄·오사카' 아니었다…476% 폭증한 '이곳'의 정체는?

유지하겠다는 응답(44%)을 넘어, 올해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떠나겠다는 적극적인 여행객도 36%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예산 계획의 변화다. 무조건 저렴한 곳만 찾는 '가성비 여행'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돈을 여행에 쓸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특히 항공권과 숙박에 더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도 31%나 되었다. 이는 여행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그렇다면 이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정답은 도쿄나 파리 같은 대도시가 아니었다. 한국인들의 시선은 이제 덜 알려졌지만 특별한 매력을 간직한 일본의 소도시로 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검색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아사히카와'의 검색량은 전년 대비 무려 476%나 폭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오키나와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미야코지마' 역시 247% 상승하며 그 뒤를 이었다.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충칭'(245%),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148%), 이탈리아 남부의 '바리'(87%) 등 기존의 인기 여행지 공식을 벗어난 이색적인 장소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남들이 다 가는 곳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닌, 나만의 취향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맞춤형 여행'이 대세가 되었음을 의미한다.여행의 목적 또한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를 넘어섰다. 새로운 트렌드의 선두에는 '마트어택'이 있다. 비싼 맛집 대신 현지 슈퍼마켓을 공략해 그 나라의 진짜 식문화를 경험하려는 흐름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절반 이상이 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MZ세대 사이에서는 '여·만·추(여행에서의 만남을 추구)'가 새로운 코드로 떠올랐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로맨틱한 인연을 기대하는 이들이 10명 중 4명에 달할 정도.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가거나 현지 서점을 탐방하는 '책스케이프' 역시 큰 인기다. 이미 한국인 응답자의 63%가 책에서 영감을 받아 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정보 습득 방식의 변화가 있다. 과거 여행 책자나 블로그가 하던 역할은 이제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1%가 유튜브를 통해 여행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으며, 특히 Z세대에게는 유튜브(70%)와 인스타그램(56%)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결국 2026년의 여행은 정해진 코스를 따르는 단체 관광이 아닌, 유튜브에서 발견한 이색적인 숙소(아부다비)나 현지 식재료(이탈리아 바리) 등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나만의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