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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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자마자 '기습 인상', 외식비 무더기 상승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기 무섭게 식품과 외식업계가 줄지어 가격표를 새로 고쳐 쓰고 있다. 선거 기간 정부의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그동안 억눌러왔던 인상 카드를 일제히 꺼내 든 모양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브랜드와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인상 대열의 선봉에 서면서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인상 시점이 절묘하게 선거 직후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오는 9일부터 역전우동과 새마을식당 등 주요 11개 브랜드의 메뉴 가격을 평균 11%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햄버거 업계 역시 롯데리아가 지난달 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경쟁사들의 뒤를 따랐다. 직장인들의 휴식처인 저가 커피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메가MGC커피와 더벤티 등은 주요 메뉴 가격을 수백 원씩 올리며 1,000원대 커피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가격표를 직접 수정하는 대신 제품의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굽네치킨은 이달부터 일부 인기 메뉴의 중량을 기존보다 100g 줄인 700g으로 조정했다. 이는 가격 인상 없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0% 이상의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변칙적인 수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신제품 출시를 빌미로 기존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 또한 업계의 흔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이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항변한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이는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닭고기와 계란 등 주요 식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20% 이상 급등했으며, 휘발유 가격 역시 리터당 2,000원대를 유지하며 경영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가파르게 치솟는 환율이다. 오늘 오전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을 넘어서며 식품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 특성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환율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업체들마저 인상 대열에 합류하게 만드는 강력한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인상 릴레이가 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선거 이후 민생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시장에 퍼진 인상 심리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가격 인상 명분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이며, 서민들의 지갑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 이익 보전에만 급급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당분간 스트레이트로 거세질 전망이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