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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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사망선고'

 식자재 가격 폭등과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수입 소고기와 주요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뛰어 식당 운영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호주산 갈빗살은 100g당 가격이 전년 대비 27% 이상 올랐고, 대파와 시금치 등 필수 채소류는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로 인해 식당들은 무료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추가 비용을 받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가격 인상과 매출 감소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가격을 동결하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스테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육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해 가격을 올렸다가 단골손님마저 잃었다며 하소연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인상 폭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으며, 소상공인 대표들은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상안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현재 시간당 1만 32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에 추가로 인상될 경우, 상당수 영세 사업장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업주들은 이미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고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고용보험 개편안 역시 영세 사업장에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안기고 있다. 새로운 개편안은 여러 곳에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들의 소득을 합산해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약 계층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들을 주로 고용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보험료 분담금과 복잡해진 행정 절차가 큰 짐이 된다. 매출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인건비 외에 부수적인 비용까지 늘어나자 현장에서는 정책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영세 사업장의 지불 능력을 무시한 급격한 정책 추진이 오히려 고용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물가와 고환율이 지속되는 특수한 경제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폐업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취약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 확충과 영세 사업자의 생존권 보장 사이에서 균형 잡힌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원가 절감 지원과 금융 혜택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현장의 체감도는 낮다. 자영업자들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최저임금 동결이나 업종별 차등 적용 같은 실질적인 비용 절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 지급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많은 업주가 통장 잔액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절규가 깊어지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결정이 향후 중소 상권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팝의 원류를 찾아, 고령 가야금길의 울림

에도 박물관 입구의 정원 그네는 방문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야금 선율로 재해석된 현대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바람은 천 년 전 가야의 소리가 현재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품은 가야금의 소리는 낯선 멜로디조차 한국적인 서정성으로 감싸 안으며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우륵 박물관은 가야금의 창시자인 우륵의 생애와 전통 현악기의 역사를 집대성한 문화 공간이다. 과거 대가야의 가실왕은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기 위해 우륵에게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12곡을 짓게 했으나, 조국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우륵은 가야금을 품에 안고 신라로 망명하는 선택을 내린다. 적국의 예술가를 귀하게 여긴 진흥왕의 혜안과 예술의 혼을 지키려 했던 우륵의 결단 덕분에 가야의 소리는 신라 궁중음악으로 거듭나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박물관 내부에는 정악 가야금부터 산조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25현 가야금까지 악기의 변천사가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동나무 재료의 건조 과정부터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제작 공법, 부위별 명칭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거문고와 해금 등 다른 전통 악기들과의 음색 비교를 통해 국악의 풍성한 앙상블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의 세계를 깊이 있게 통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예술이 지닌 사회적 위상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의 뚜껑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음악가들이 사람과 동식물 위에 배치될 만큼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한다. 향로 속 현악기 연주자의 모습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가무를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키워왔음을 증명하는 사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유물을 대하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박물관 옆에 위치한 소리 체험관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현악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이다. 몽골 유목민의 애환이 담긴 마두금의 애절한 선율부터 인도의 시타르, 미얀마의 사웅가욱 등 각국의 독특한 현악기들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악기의 외형뿐만 아니라 실제 연주 장면과 소리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현악기라는 공통된 매개체가 인류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표현해왔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는 가야금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령 우륵 박물관 답사는 잊혀가는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비극적인 시대를 예술로 승화시킨 우륵의 삶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근본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초록 바람이 부는 그네에 앉아 가야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천 년의 세월을 건너온 울림이 현대의 감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맛보게 된다. 대가야의 혼이 서린 이곳은 무더운 여름,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담백하고 아정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