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생활경제

스포티지의 질주, 기아 7월 글로벌 판매 30만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지난 7월 성적표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양사 모두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를 확인했으나, 글로벌 전체 실적에서는 현대차가 10개월째 하락 곡선을 그린 반면 기아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러한 실적 엇갈림은 내수 시장의 장악력과 생산 안정성, 그리고 주력 차종의 선호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7월 글로벌 판매량은 31만 8,45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내수 판매는 4만 8,113대에 그치며 14.4%나 급감했고, 해외 시장 역시 3.2% 줄어든 실적을 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판매 감소세는 이번 달까지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누적 판매량 또한 전년 대비 4.8% 감소하며 연간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랜저가 내수 시장에서 홀로 분전했으나 쏘나타와 싼타페 등 기존 주력 모델들의 부진과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기아의 7월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4% 급증한 29만 8,037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21.3%, 해외에서는 11.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현대차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누적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4.3% 늘어난 192만 9,417대를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증명했다. 스포티지가 글로벌 판매를 견인한 가운데 셀토스와 K4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으며, 국내에서는 카니발과 쏘렌토 등 레저용 차량(RV) 제품군이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체 실적은 엇갈렸지만 미국 시장만큼은 두 회사 모두 웃음꽃을 피웠다. 현대차와 기아의 7월 미국 합산 판매량은 역대 7월 중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3.7% 증가한 8만 9,427대를 팔아 22개월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고, 기아 역시 6.7% 늘어난 7만 5,857대를 판매하며 힘을 보탰다. 미국 시장에서의 이러한 폭풍 성장은 하이브리드차가 주도했다. 양사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52.2% 급증한 4만 3,727대에 달하며 친환경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이브리드차의 약진과 달리 순수 전기차(EV) 시장은 혹한기를 맞이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과 미국 내 세액공제 요건 변경 등의 악재가 겹치며 양사의 7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7,210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나 폭락한 수치다.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실적의 완충 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분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아반떼 등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생산 라인 운영의 안정화를 통해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생산 정상화 여부가 향후 현대차의 실적 회복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면 기아는 현재의 RV 중심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수와 해외 시장의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온 양사의 전략 차이가 하반기 전체 성적표에 어떤 최종 결과를 남길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폭염 뚫고 피어난 고결함…밀양 배롱나무 기행

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결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서원과 정자 곳곳에 심겼던 배롱나무는 이제 밀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푸른 밀양강 줄기를 따라 굽어보는 고즈넉한 누각과 낡은 돌담 너머로 번지는 분홍빛 꽃물결은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밀양 배롱나무 기행의 첫 관문은 재약산의 정기를 품은 천년고찰 표충사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곳은 여름이 되면 경내 전체가 선홍빛으로 물들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배롱나무 군락은 사찰 특유의 적막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뽐낸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늘어진 분홍색 꽃가지는 재약산의 짙푸른 녹음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적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27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혜산서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1753년 조선 전기 학자 손조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서원 철폐령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혜산서원의 마당을 지키는 배롱나무는 서원의 굴곡진 역사와 닮아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붉은 꽃을 피워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 배롱나무 꽃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휘어진 소나무와 붉은 꽃이 기와 담장을 수놓는 풍경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학문의 길을 상기시킨다.선비의 풍류가 깃든 오연정과 월연정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밀양 배롱나무 여행의 정점이다.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연정은 정자에 오르는 순간 강물과 산줄기, 그리고 붉은 꽃가지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인근의 월연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근대 문화유산인 연월터널이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월연정과 쌍경당은 물과 달이 맑게 비치는 절경 속에 배롱나무꽃이 더해져 한국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준다.여름날의 뜨거운 순례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교동에 위치한 밀양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 앞마당에는 정숙한 기품을 간직한 배롱나무들이 굳건히 서 있다.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답게 이곳의 꽃들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며, 하얀 창호지 문 너머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꽃가지는 여백의 미를 완성한다. 향교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분홍빛 풍경은 여름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배롱나무는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그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다. 한 번에 지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특성 덕분에 8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가장 싱그러운 상태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부드러운 빛이 스며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붉은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다. 무더위 속 도보 이동이 많은 만큼 시원한 생수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 밀양의 붉은 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올여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