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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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퇴사 통보도 엄마가, 텀블러는 착불로 보내라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에 지원자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등장했다. 지원자의 어머니였다. 수도권의 한 제조 중견기업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이 여성은 면접장으로 향하던 면접관들에게 다가가 “우리 아이가 낯을 많이 가린다”며 “압박 질문은 하지 말고 부드럽게 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지원자는 이후 최종 합격했고, 회사에 입사해 부서 배치까지 마쳤다. 그러나 부모의 개입은 면접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인사팀으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도 지원자의 어머니였다. 그는 “우리 아이가 배치된 부서는 일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기업 현장에서 이런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던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이제는 자녀의 직장생활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입시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과잉보호가 채용, 부서 배치, 회식, 퇴사 문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퇴사 통보를 부모가 대신하는 일도 있었다. 한 신입사원이 아무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자, 다음 날 그의 어머니가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회사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며 울었다”며 “오늘부터 출근하지 않을 테니 사직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놓고 온 텀블러와 카디건은 착불 택배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부모나 가족이 직장에 직접 연락하는 일은 상당수 기업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문제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 429명 가운데 57.1%가 직원의 직장생활과 관련해 가족으로부터 전화나 문자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락을 한 가족 중에서는 부모가 가장 많았다. 어머니가 43.7%, 아버지가 21.6%로 집계됐고,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연락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의 개입은 입사 이후뿐 아니라 채용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부모는 지원자를 대신해 면접 일정이나 채용 절차를 문의한다. 채용 결과가 나온 뒤에는 불합격 사유를 직접 따져 묻는 경우도 있다. 조사에 참여한 인사 담당자 4명 중 1명가량은 지원자의 가족이 채용 과정에 개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입사 후에는 개입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인사 담당자들은 직원이 사직서를 냈는데 가족이 연락해 “왜 퇴사를 막지 않았느냐”고 항의한 사례, 상사와 갈등을 겪은 직원이 부모와 함께 회사를 찾아온 사례 등을 전했다. 신입사원 회식 다음 날 부모가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술을 권하지 말라”고 항의한 일도 있었다.

 

기업들은 이런 가족 개입이 직원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조사에서도 인사 담당자의 85.5%가 가족의 개입이 사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 기업 인사 관계자는 “직장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가 나서는 순간, 독립성과 소통 능력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Z세대 자녀의 취업과 직장생활에 부모가 관여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한 미국 온라인 이력서 플랫폼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 1000명 중 20%가 취업 면접에 부모와 함께 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독일에서도 부모나 연인, 친구 등이 면접에 동행한 경험이 있다는 Z세대 구직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청년층의 독립 지연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가 경제적으로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하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학창 시절부터 부모의 지원과 관리가 성적이나 진학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험이 직장생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하지만 직장은 학교와 다르다. 회사는 개인의 업무 능력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관계 조정 능력, 책임감을 함께 평가한다. 부모가 대신 항의하거나 요구를 전달하는 방식은 당장은 자녀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녀가 독립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현장에서는 부모의 과도한 개입에 대응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직원 본인이 아닌 가족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개인정보와 인사 절차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청년 직원들이 조직 안에서 어려움을 스스로 말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소통 체계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녀를 보호하려는 부모의 마음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면접장과 사무실까지 부모가 대신 나서는 순간, 직장생활의 기본 전제인 ‘개인의 책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헬리콥터 부모가 학교 담장을 넘어 직장으로 들어온 지금, 기업과 청년, 부모 모두가 새로운 경계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여행 새 코스 된 ‘현지 장보기’

이 확산하는 모습이다.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이를 ‘식료품점 관광’으로 부른다. 해외 슈퍼마켓을 단순한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여행 코스의 하나로 즐기는 방식이다. 현지인들이 자주 먹는 간식, 음료, 조미료, 즉석식품 등을 직접 고르고 맛보며 여행지의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영국 BBC는 글로벌 호텔 기업 힐튼의 ‘2026년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해 여행객 10명 중 7명 이상이 해외 식료품점 방문을 즐긴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도 ‘식료품점 관광’을 2026년 주목할 여행 트렌드로 꼽았다. 마트 방문이 더 이상 여행 중 남는 시간에 들르는 일정이 아니라, 목적지에서 해봐야 할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이 같은 흐름은 업계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의 대형 식료품 체인 K-슈퍼마켓은 자사 매장을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관광 명소로 등록했다. 일부 매장은 옥상 벌통에서 직접 생산한 꿀을 판매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수제 맥주 라인업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평범한 장보기 공간이 지역성과 체험 요소를 갖춘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셈이다.여행객들이 해외 마트에서 찾는 것은 거창한 상품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달걀 샌드위치, 스페인에서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미국에서는 트레이더 조의 시즈닝처럼 현지에서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가 인기다. 저렴하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여행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특히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현지 먹거리 탐색을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해외 편의점 간식, 마트 추천템, 길거리 노점 음식 등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스낵패킹’이라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스낵패킹은 여행지에서 현지 간식과 음료를 찾아다니고, 이를 먹어보거나 챙겨 오는 방식의 여행 소비를 뜻한다.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2026 글로벌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MZ세대의 대다수는 현지 음식 체험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여긴다고 답했다. 현지 간식을 찾는 장소로는 길거리 노점, 빵집, 슈퍼마켓 등이 많이 꼽혔다. 유명 레스토랑 예약보다 현지인이 자주 가는 생활 공간을 찾아가는 데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편의점은 이미 하나의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우유, 컵라면, 삼각김밥, 얼음컵 음료 조합 등은 SNS에서 자주 소개되는 인기 콘텐츠다. 바나나우유와 파우치형 커피를 얼음컵에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라떼’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시도해볼 만한 편의점 메뉴로 공유되고 있다.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낮으면서도 여행지의 특징을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식당이나 유명 관광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마트나 편의점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진열된 과자, 조미료, 즉석식품, 음료만 봐도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식생활을 즐기는지 엿볼 수 있다.소비자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으로 설명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서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익숙하다. 하지만 진열대에 놓인 상품, 포장 디자인, 식재료 조합, 가격표는 모두 다르다. 익숙한 행동 속에서 낯선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다만 마트와 편의점이 관광지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일본 가와구치코의 한 로손 편의점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몰렸다. 편의점 지붕 위로 후지산이 보이는 구도가 SNS에서 퍼지면서 방문객이 급증했고, 인근 교통 혼잡과 무단 촬영 문제가 이어졌다. 결국 당국은 경비원과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했고,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한 대형 가림막까지 설치했다.전문가들은 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공간이 지역 주민의 일상 공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 촬영이나 대량 구매, 통행 방해 등으로 현지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해외여행의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유명 명소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현지의 작은 일상을 맛보고 기록하는 여행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그 변화의 가장 가까운 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