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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美는 한국 라면이 좋아" K-푸드 수출액 10년 만에 '두 배 폭증'

 한국 식품의 글로벌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K-푸드' 수출이 최근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의뢰하여 분석한 '10년간 K-푸드 수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K-푸드 수출액은 2015년 35억 1천만 달러에서 2024년 70억 2천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K-푸드 수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8%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최근 5년(2020년~2024년) 동안 더욱 가속화되어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동시에 한류의 글로벌 확산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K-푸드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라면이다. 2024년 기준 라면 수출액은 13억 6천만 달러로 전체 K-푸드 수출의 약 19.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라면은 또한 최근 10년간 연평균 20.1%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 K-푸드 수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과 다양한 맛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3년 기준 한국 라면의 세계 수출 비중은 20.6%로, 세계 라면 수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 라면이 단순한 식품을 넘어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 한국의 대표적인 라면 브랜드들은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으며 K-푸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라면에 이어 간편식(9억 8천만 달러), 음료(9억 4천만 달러), 건강식품(8억 2천만 달러), 조미료(6억 5천만 달러) 순으로 수출액이 높았다. 특히 건강식품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1.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라면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품목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삼, 홍삼 등 한국의 전통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미김 역시 연평균 11.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K-푸드의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삭하고 짭조름한 맛의 조미김은 서구권에서 건강한 스낵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푸드 수출 대상국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24년 기준 K-푸드 수출 상위국은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 순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출 1위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뀐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미국 내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베트남(6위→4위), 필리핀(7위→5위) 등 동남아 국가로의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대학교 문정훈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한류 영향력과 건강식품 선호 트렌드가 지속되며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 식품이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하며 유통망이 확대되고, 한국 식품 프랜차이즈 매장 증가와 현지 마케팅 강화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 라면, 김치, 고추장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며, 한국 식품 전문 유통업체들도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한식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K-푸드 수출 성장의 배경에는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특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K-푸드 수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라면, 즉석밥, 냉동식품 등 간편식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한국의 발달된 간편식 기술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은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제 한국 음식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식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류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강화, 유통망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 소멸 위기? "약점이 가장 강력한 무기"…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7가지 역발상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접경지 등 저마다의 약점을 오히려 가장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시킨 지방자치단체들의 혁신적인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관광정책연구학회(TOPA) 주최로 서울관광플라자에서 열린 '2025 제3회 대한민국 관광정책대상'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강원 동해시, 서울 은평구, 충북 괴산군, 경북 영덕군, 전북 순창군, 경기 연천군, 경남 진주시 등 7개 지자체는 지역 소멸의 위기 앞에서 관광 정책이 어떻게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는지를 성공적으로 증명해냈다.이들 지자체의 전략은 '발상의 전환'으로 요약된다. 강원 동해시는 어선이 떠나고 활기를 잃은 묵호항 일대를 스카이밸리와 논골담길, 전망대 등으로 엮어 새로운 관광 동선을 창조했다. 버려진 공간의 성공적인 재생 사례다. 서울 은평구는 대도시 외곽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역이용, 불광천과 진관사, 한옥마을을 잇는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여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1993년, 주민과 공무원이 선사시대 복장을 입고 시작했던 경기 연천군의 작은 행사는 이제 세계적인 '구석기엑스포'로 도약하며, 접경지역이라는 안보적 약점을 글로벌 문화관광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이는 관광이 단순히 시설을 짓는 개발 사업이 아니라, "방문자의 흐름을 발견하고 동선을 만드는 것"이라는 정책 좌담회의 핵심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한다.전통 자산의 현대적 재해석 또한 돋보였다. 전북 순창군은 고추장, 된장으로 대표되는 전통 발효문화에 '떡볶이 페스타'를 결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류 축제의 문턱을 낮추고 젊은 세대를 성공적으로 유입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최영일 순창군수는 "발효문화는 순창의 정체성이자 미래"라며 세계 시장으로의 확장을 자신했다. 경남 진주시가 수달 캐릭터 '하모'와 그의 동생 '아요'를 통해 도시 브랜딩에 나선 것 역시, 딱딱한 정책 언어가 아닌 친근한 캐릭터라는 새로운 언어로 도시의 정체성을 알리려는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공통적인 과제도 명확히 드러났다. 동해시의 아름다운 해안길, 영덕군의 웰니스 관광, 은평구의 고즈넉한 한옥마을 모두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짧아 지역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충북 괴산군의 '산막이호수길' 사례처럼, 개장 초기의 폭발적인 인기를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 발굴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이는 일본의 주민 주도형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나 유럽의 폐광, 공단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처럼 장기적인 안목과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의 지자체들이 보여준 실험과 혁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성과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이연택 학회장은 "올해 수상 사례들은 지역의 현실과 맥락에 밀착된 맞춤형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총평하며, "관광정책이 단기 성과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전략임을 증명하는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7개 지자체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들의 고군분투가 한국 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국가 경쟁력의 초석을 다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