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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도 몰랐던 ICE의 기습…트럼프 백악관 "법대로 했을 뿐" 선 긋기

 지난달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3백여 명 구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정책이 공화당 텃밭마저 가리지 않는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주 정부를 충격에 빠뜨렸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 최대 투자 사업 현장을 급습하는 동안 어떠한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 이 사실에 주지사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주 정부의 핵심 경제 파트너인 현대차와의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연방정부가 주 정부의 경제 프로젝트를 의도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충돌할 때 어떤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켐프 주지사가 백악관에 직접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은 이번 사태를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미국의 이민법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며 사태 수습을 지시했던 이전 행정부와는 180도 다른 태도다. 연방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켐프 주지사는 사실상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고,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핵심 인력이 빠르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백악관의 입장을 바꾸지는 못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현대차는 모든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켐프 주지사는 현대차로부터 "근로자들의 비자 관련 절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전달받았다. 현대차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강력한 이민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지사실에는 "불법을 저지른 현대차를 왜 비호하느냐"는 비판과 "주 정부가 무능해서 연방정부에 휘둘린다"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며 켐프 주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투자 유치를 성과로 내세워 온 그에게 이번 사태는 가장 아픈 실패 사례로 기록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켐프 주지사가 올가을 한국 순방길에 오르는 것은 단순한 경제 협력 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식적으로는 투자 유치와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방문이지만, 실질적인 목표는 연방정부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든 현대차 프로젝트를 지켜내고, 흔들리는 한국 파트너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는 한국에서 현대차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동시에, 조지아주가 여전히 최고의 투자 파트너임을 설득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방한 성과에 따라 켐프 주지사 개인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 조지아주의 경제 미래까지 결정될 수 있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선 셈이다.

 

"순천만 비켜!"…'국가정원' 타이틀 노리고 부산에 상륙한 30개 명품 정원

'2025 부산가든쇼'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부산정원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행사는 올해부터 명칭을 바꾸고 '즐거움 셋, 정원 하나'라는 새로운 주제 아래 한층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로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단순한 꽃과 나무의 전시를 넘어, 세계적인 정원 작가들의 예술혼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 축제로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사상구는 삼락생태공원을 순천만이나 태화강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대표 정원 명소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이번 가든쇼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다.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작가는 '헤이븐(Haven)'이라는 작품을 통해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 온전한 안식처를 선사한다. 또한, 자연의 유기적인 순환과 조화를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해 온 손경석 작가는 '오가닉 링스(Organic rings)'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깊은 생태적 영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두 거장의 작품을 필두로, 부산 사상·동래·남구 등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지역 작가정원', 서울시와의 교류를 통해 조성되는 '교류 정원', 그리고 시민 정원사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가꾼 '시민참여정원' 등 총 30여 개의 다채로운 정원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이는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정원 조성을 시민의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정원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특히 올해는 부산도시공사, 부산은행, LG전자 등 7개 기업이 참여하는 'ESG(사회·가치·경영) 기업 동행 정원'이 새롭게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낙동강 하구의 자연환경과 철새 도래지, 습지, 수생식물 군락 등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주제로 삼아 지속 가능한 녹색정원을 선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아름다운 정원 예술로 승화시킨 이번 시도는 방문객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참여 기업에게는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행사 기간 동안 정원 속에서 즐기는 '가든 음악회', 자연과 하나 되어 심신을 단련하는 '가든 요가·필라테스', 삼락생태공원의 자연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생태 녹색관광'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사상구는 이번 부산가든쇼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매년 국내외 저명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이를 상설 공간으로 남겨 삼락생태공원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이 "부산가든쇼를 통해 사상이 순천만과 태화강을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 정원의 중심으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행사는 부산이 세계적인 정원 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16일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는 이번 가든쇼가 삭막한 도시의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푸르른 위로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