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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톈탄 산책…51년 만에 열린 황제의 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년 6개월 만에 다시 베이징 땅을 밟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했다.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문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는 중국이 국빈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예우를 갖추면서도, 과거와는 다른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시 주석은 행사 시작 전부터 광장 계단에 서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으며, 두 정상은 붉은색 넥타이를 나란히 매고 손을 맞잡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특유의 친근한 제스처를 보이자 시 주석 역시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회담의 서막을 열었다.

 

이날 의전은 중국군 의장대 사열과 21발의 예포 발사 등 국빈 방문의 격식을 엄격히 준수했다. 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드카펫을 나란히 걷는 두 정상의 모습은 미중 갈등의 긴장감 속에서도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양측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딱딱한 군사 의전 사이에 배치된 어린이 환영단의 등장은 현장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꽃과 국기를 흔드는 아이들을 향해 멈춰 서서 박수를 보냈고, 시 주석 또한 이 광경을 함께 지켜보며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135분간의 심도 있는 회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베이징의 상징적 역사 공간인 톈탄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명과 청 시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이곳은 중국의 전통적 권위와 역사가 집약된 장소다. 시 주석은 톈탄의 대표 건축물인 기년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으며, 두 사람은 통역사만을 대동한 채 공원 내부를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아름다운 경관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톈탄공원의 장엄한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대통령이 톈탄공원을 방문한 것은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후 무려 51년 만의 일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는 2017년 첫 방중 당시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대접했던 '황제급 환대'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또 다른 방식의 예우를 고민한 중국 측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황제의 제사 공간을 함께 걷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역사의 깊이를 전달하는 동시에, 정상 간의 개인적 유대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셈이다.

 


하지만 이번 환대는 9년 전의 화려함과는 분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2017년에는 자금성 만찬이라는 압도적인 장면을 통해 중국의 굴기를 과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공식적인 격식과 역사적 상징성을 적절히 배분한 실무형 환대에 가까웠다. 이는 현재 미중 양국이 직면한 관세 분쟁과 대만 문제, 첨단 기술 패권 경쟁 등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중국 정부 역시 과도한 우호 분위기 조성보다는 실질적인 관계 관리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방중 의전은 갈등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미중 양국의 복잡한 계산이 깔린 외교적 결과물이다. 중국은 최고의 예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절제된 형식을 통해 자국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톈탄공원에서의 산책이 단순한 관광을 넘어 향후 미중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두 정상은 역사적 공간에서의 만남을 뒤로하고 이제 실질적인 현안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외교전에 돌입하게 된다.

 

로봇 승려가 행진을? 2026 연등회 서울 도심 밝힌다

이할 채비를 마쳤다. 1,2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서울 연등회는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종로 일대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유산인 이 축제는 '마음은 선명상, 세상은 대화합'이라는 표어 아래 개인의 내면 평화와 사회적 화합을 기원하는 대규모 행렬을 선보일 예정이다.올해 서울 연등회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첨단 기술과의 만남이다. 16일 오후 7시 흥인지문에서 시작되는 행렬에는 조계종 최초의 로봇 승려인 '가비' 스님이 등장해 시민들과 만난다. 로봇 승려 3대와 함께하는 이번 행렬은 전통문화와 미래 기술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렬이 끝난 뒤 종각역 일대에서 열리는 대동한마당은 국적과 종교를 초월해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지며, 이튿날에는 조계사 앞길에서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천년고도 경주에서는 형산강의 물결을 따라 오색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가 주관하는 '2026 형산강 연등문화축제'는 신라 시대 연등회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금장대 맞은편 둔치에는 수만 개의 연등이 설치되어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황룡사 구층 목탑을 형상화한 대형 장엄등과 함께 약 3km 구간을 행진하는 제등행렬은 경주의 밤을 수놓는 최고의 볼거리로 꼽힌다. 이번 축제는 환경 보호를 위한 '연등 플로깅' 프로그램을 도입해 ESG 가치를 실천하는 점도 특징이다.부산 역시 송상현광장과 부산시민공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연등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연등회는 지역 무형유산 등재를 목표로 전통 가치 복원에 주력하고 있으며, 16일 저녁에는 약 5,000명이 참여하는 화려한 연등행렬이 부산 도심 2.2km 구간을 밝힐 예정이다. 행사에 앞서 열리는 어울림 한마당 공연은 축제의 흥을 돋우며, 시민들이 직접 소원을 적어 다는 체험 공간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의 연등 빛은 자비의 본성을 깨우고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경남 김해시 수릉원 일대에서도 시민과 함께하는 연등축제가 16일 개최된다. 가야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는 이번 축제는 봉축음악회와 법요식, 제등행렬로 구성되어 시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전문 예술단체의 공연으로 시작되는 1부 행사에 이어, 수릉원을 출발해 시민의 종을 돌아오는 행렬은 김해 도심을 따뜻한 등불로 채운다. 시민의 종 주변에 설치된 유등 조형물과 포토존은 야간 경관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연등축제는 부처님오신날 당일인 24일 전국 사찰에서 거행되는 봉축법요식을 통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연등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어둠을 밝히는 지혜와 희망을 상징하며, 매년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5월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연등 물결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대화합으로 나아가는 빛의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통등 전시는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의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