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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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5월 폭염, 37도 불볕더위에 인명피해 속출

 때 이른 무더위가 유럽 대륙을 집어삼키며 유례없는 인명 피해와 경제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5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 국가들의 기온이 섭씨 35도를 훌쩍 넘어서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봄으로 기록됐다. 북아프리카에서 밀려온 고온 건조한 공기가 거대한 고기압 아래 갇히는 이른바 '열돔 현상'이 한반도보다 위도가 높은 유럽 상공을 장악한 결과다.

 

영국 런던의 큐 가든은 기온이 35.1도까지 치솟으며 역사상 가장 더운 5월을 맞이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서늘했던 날씨가 급변하자 영국 전역에는 폭염 건강 경보가 내려졌고, 밤사이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프랑스 역시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37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8개 자치주에 주황색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시민들에게 야외 활동 자제를 강력히 권고했다.

 


갑작스러운 고온 현상은 비극적인 인명 사고로 이어졌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강이나 바다를 찾았던 시민들이 차가운 물에 급격히 노출되면서 심장마비나 익사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영국에서만 최근 나흘간 9명이 물놀이 중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신체 조절 능력이 미숙한 청소년과 어린이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야외 스포츠 경기 도중 쓰러지거나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며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폭염의 공포는 역설적으로 냉방 가전 시장의 폭발적인 호황을 불러왔다. 평소 에어컨 설치율이 낮았던 영국에서는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 매출이 전년 대비 2,700% 이상 수직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요 백화점과 가전 유통업체들은 갑작스러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으며, 어린이용 간이 풀장과 얼음 등 관련 상품들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가 유럽인들의 소비 패턴과 주거 환경까지 강제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이번 사태를 인류의 화석 연료 의존이 불러온 명백한 경고라고 규정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폭염이 인간과 경제 시스템에 가하는 타격이 매우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가 석유와 석탄 사용에 중독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하며, 특히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 시기에 덮친 기후 재난은 취약 계층에게 더욱 치명적인 이중고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며칠간 유럽 일부 지역의 기온이 최고 39도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뜨거운 열기가 정체되면서 대기 질까지 악화하고 있어 호흡기 질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공공 냉방 시설을 개방하고 취약 계층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으나, 열돔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유럽의 '뜨거운 5월'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남원 옛길 탐방, 춘향의 눈물과 오수개 충절을 걷다

던 주요 통로로, 소설 춘향전 속 이몽룡과 춘향이 이별의 눈물을 쏟았던 ‘오리정’이 그 출발점이다. 고을 경계에서 손님을 배웅하던 오리정 인근에는 춘향의 슬픔이 서린 ‘눈물방죽’과, 떠나는 임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 버선발로 뛰어갔다는 ‘버선밭’ 지명이 전해진다. 비록 도로 확장과 직선화 공사로 인해 옛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길가에 홀로 선 표지석들은 이곳이 단순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역사적 서사의 공간임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오리정을 지나 북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노거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대말방죽에 닿는다. 이곳은 조선시대 ‘반보기’ 풍습이 행해지던 애틋한 만남의 장소였다. 추석 직후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풀던 이 숲은, 모녀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소통의 광장이었다. 현재는 방죽 수면을 마름이 뒤덮고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이 힘겹게 싹을 틔우는 한적한 저수지로 변모했으나, 여전히 그 제방과 숲에는 수백 년 전 여인들이 나누었던 따뜻한 온기가 서려 있다.길은 다시 오수천변의 망북정으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바위 위에 우뚝 솟은 망북정은 18세기 관리들이 북녘 한양의 임금을 향해 절을 올리며 충절을 다짐하던 곳이다. 바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망북정’ 암각서는 당시 지식인들이 공유했던 충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수천 건너편은 우리에게 친숙한 ‘오수개 설화’의 실제 발생지로 추정되는 상리 천변이다. 흔히 원동산의 동상으로만 기억되는 오수개의 이야기는 사실 이 차가운 물줄기 옆에서 주인을 구하고 숨진 충직한 짐승의 실화에서 비롯되었다.과거 오수역참은 고을 관아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던 국가 교통의 핵심 요충지였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관통하며 천 년의 세월 동안 통신과 운송을 담당했던 이곳에는 이제 한 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만이 남아 역사의 부침을 지켜보고 있다. 500년 전 한 선비가 읊었던 시구에는 역 앞에 실재했던 ‘개 묻은 나무(獒樹)’에 대한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어, 설화 속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지역민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힌 역사적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임금을 그리워하는 나그네의 시름과 개의 충절이 한 공간에서 공명하고 있었던 셈이다.탐방의 종착지인 원동산에는 오수개의 넋을 기리는 의견비각과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 철교 공사 중 발굴된 의견비는 우여곡절 끝에 이곳으로 옮겨져 3.1 만세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장터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조형물 주위에 새겨진 부조 속 오수개는 불길 속에서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긴박한 순간을 보여준다. 이는 충의라는 거창한 명분을 넘어, 끝까지 곁을 지키는 존재로서의 다정함과 헌신이 무엇인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되묻는다.춘향의 이별로 시작해 오수개의 희생으로 마무리되는 이 옛길은 서로 다른 시대의 기억들이 오수천을 사이에 두고 겹쳐지는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직선화된 국도 옆으로 잊혀가는 지명들과 잡초 무성한 옛터들은 우리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오갔던 이 길은 지금도 설화와 풍경, 그리고 오래된 기억을 품은 채 묵묵히 흐르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걷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고, 잊혔던 가치들이 다시 살아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