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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종전 문서는 가짜뉴스"

 이란 정부가 미국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공식화하면서 중동 정세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15일 최고국가안보회의를 인용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승인 아래 미국과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고 양해각서 문안을 확정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이른바 '이슬라마바드 회담'의 결과물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 즉각 중단과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를 골자로 한다. 중재역을 맡았던 파키스탄 정부 역시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히며 종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란 측이 주장하는 양해각서의 세부 조항들이다. 이란 반관영 매체를 통해 유출된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대신해 새로운 군사 작전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행동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약속을 이란에 건넨 것으로 해석되어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합의 발효 후 30일 이내에 이란 인근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측은 상대방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적 보상 규모 역시 유례없는 수준이다. 이란 측 설명에 따르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란의 재건과 개발을 위해 약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55조 원에 달하는 거액의 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문서상에는 '보상'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으나 실질적으로는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성격이 짙다는 것이 이란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미국은 이란에 대한 2차 제재는 물론 역대 최초로 1차 제재까지 해제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포괄적인 경제 지원과 제재 완화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제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권 문제도 이번 양해각서의 핵심 쟁점이다. 이란 측 수석대표의 고문인 모하마디는 녹음 파일을 통해 해협의 안전과 항행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징수 권한이 전적으로 이란과 오만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권한이 어떤 합의와도 관계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으며 해상 주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이 이 조항을 그대로 수용했을 경우 향후 국제 해상 물류 패권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미국 측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국제 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비핵화 문제는 이번 양해각서에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고농축 핵물질만을 다루고 있으며, 이란의 미사일 개발이나 친이란 세력 지원 문제는 의제에서 제외되었다. 이란 측은 상대방이 봉쇄를 풀고 동결 자산을 해제하는 등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본 뒤에야 다음 단계의 핵 협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당장의 교전 중단과 경제적 실리 취득에 우선순위를 둔 '단계적 접근'을 택한 셈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이 유출한 조항들이 실제 서면 합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가짜뉴스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공식 서명 전까지 세부 내용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이란이 주장하는 미군 철수나 거액의 기금 제공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미국 내 정치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19일 스위스 서명식에서 공개될 최종 문안이 이란의 주장과 얼마나 일치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네스코 타이틀, 주민에겐 생존권 족쇄?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네스코의 엄격한 보존 지침이 오히려 지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원주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스스로 유산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지역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슬로바키아의 산간 마을 블콜리네츠는 이러한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1993년 중세 오두막의 원형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이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주민에게 등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좁은 마을을 점령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 문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박제된 유산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공식적인 등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기구의 규제가 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역시 보존과 생존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네스코의 유산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마사이족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목초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사이 국제연대동맹은 원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라리 세계유산 목록에서 이 지역을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강제 이주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며 유네스코의 보존 철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이미 유네스코와의 정면충돌 끝에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강제 삭제됐다. 극심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다리 건설을 추진하자 유네스코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유네스코 타이틀 대신 출퇴근의 편리함과 지역 발전을 선택했다. 이는 국제기구의 보존 권고보다 지역 공동체의 실질적인 필요가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영국의 리버풀 해상 무역 도시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리버풀시는 쇠락한 항구 지역을 재개발해 경제 활력을 찾으려 했으나, 유네스코는 역사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압박했다. 결국 리버풀은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지만, 당시 시장은 유네스코가 도시를 불모지로 남겨두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위 박탈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관광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유산 타이틀이 없어도 지역의 매력만 충분하다면 관광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문화재 전문가들은 이제 유네스코가 일방적인 보존만을 강요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적지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주민의 생활 편의와 경제적 자립을 고려한 유연하고 영리한 보존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산 반납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찾는 것이 전 세계 유적지들이 마주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