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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행료 논란, 이란 "받겠다" 美 "거부"

 지난 2월 말 발발해 100일 넘게 지구촌 경제를 위협했던 미국과 이란 사이의 포성이 마침내 멈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현지시각 17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만나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핵심 물류 거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합의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을 해소할 결정적 계기로 평가받지만, 핵심 쟁점들이 상당수 뒤로 밀려나면서 '불완전한 평화'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인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측은 한 달 이내에 해상 기뢰를 제거하고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전쟁 기간 부과했던 통행료를 향후에도 징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국제법 위반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주변 산유국들은 조건 없는 완전 개방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물류비용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의 근본 원인이었던 핵 프로그램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위협을 개전 명분으로 삼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우라늄 농축 수위나 기존 비축분의 처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과거 핵 합의에 수년이 소요되었던 점을 들어, 미국이 제시한 60일이라는 짧은 협상 기간 내에 기술적·외교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무너진 이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합의안에는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와 해외 동결 자금 해제 등 강력한 경제 제재 완화 조치가 포함되었으며,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 조성 계획도 명시되었다. 다만 이 막대한 자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측의 지출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걸프 지역 산유국들과의 비용 분담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남게 되었다.

 


역내 대리 세력과의 교전 중단 여부도 합의의 지속성을 가를 변수다. 합의문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작전 중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레바논 남부에서의 철군을 거부하고 있다. 이란 역시 제재 완화로 확보된 자금을 무장 단체 지원에 다시 투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간접적인 군사 충돌이 합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에너지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생산량 회복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어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시장 안정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이란의 공격으로 파괴된 걸프 국가들의 정유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결국 이번 베르사유 합의는 전쟁의 물리적 중단이라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평화 정착과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향후 두 달간 이어질 후속 협상의 결과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유네스코 타이틀, 주민에겐 생존권 족쇄?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네스코의 엄격한 보존 지침이 오히려 지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원주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스스로 유산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지역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슬로바키아의 산간 마을 블콜리네츠는 이러한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1993년 중세 오두막의 원형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이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주민에게 등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좁은 마을을 점령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 문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박제된 유산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공식적인 등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기구의 규제가 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존지역 역시 보존과 생존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네스코의 유산 관리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마사이족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목초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사이 국제연대동맹은 원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라리 세계유산 목록에서 이 지역을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강제 이주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며 유네스코의 보존 철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이미 유네스코와의 정면충돌 끝에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강제 삭제됐다. 극심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다리 건설을 추진하자 유네스코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유네스코 타이틀 대신 출퇴근의 편리함과 지역 발전을 선택했다. 이는 국제기구의 보존 권고보다 지역 공동체의 실질적인 필요가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영국의 리버풀 해상 무역 도시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리버풀시는 쇠락한 항구 지역을 재개발해 경제 활력을 찾으려 했으나, 유네스코는 역사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압박했다. 결국 리버풀은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지만, 당시 시장은 유네스코가 도시를 불모지로 남겨두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위 박탈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관광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유산 타이틀이 없어도 지역의 매력만 충분하다면 관광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문화재 전문가들은 이제 유네스코가 일방적인 보존만을 강요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적지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주민의 생활 편의와 경제적 자립을 고려한 유연하고 영리한 보존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산 반납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찾는 것이 전 세계 유적지들이 마주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