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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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열차 쫓는 중국, 반도체 자급률 60% 돌파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술 자립을 향한 중국의 의지는 단순한 장려를 넘어 기업들을 향한 강력한 압박과 파격적인 지원이라는 양면 전술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산 반도체 사용을 거부하는 행위를 '배신'으로 규정할 만큼 지도부의 태도가 강경해졌다. 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라는 높은 벽을 자국 생산 능력 강화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엔지니어 출신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있다.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그는 반도체 위원회를 출범시켜 핵심 전문가들을 결집하고, 기존 산업 육성 과정에서 불거졌던 부패 문제를 척결하는 데 앞장섰다. 딩 부총리는 기업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공개(IPO)를 독려하는 한편, 해외 경쟁사에 맞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급여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국의 이러한 행보에 발맞춰 중국 IT 기업들의 미국 의존도는 눈에 띄게 낮아지는 추세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90%에 달했던 중국의 해외 AI 반도체 의존도는 2025년 6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화웨이가 추진 중인 새로운 설계 방식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향후 5년 내 의존도를 25%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는 중국 내에서 자국산 반도체의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 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을 반영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과거 자국 제품의 성능을 불신하며 구매를 꺼리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국산 칩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최근 자사의 최신 AI 모델을 오직 중국산 반도체만을 활용해 학습시켰다고 발표하며 기술 자립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국의 노골적인 요구와 기업들의 기술적 성취가 맞물리며 중국 내 반도체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중국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기술력을 고속 열차에 비유한다면, 중국의 추격은 이제 막 최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컴퓨팅 능력 면에서 여전히 미국과의 격차가 크다고 평가한다. 반도체 제조는 극도의 정밀성과 복잡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자금 투입만으로는 단기간에 메우기 힘든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제조보다 어렵다는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이 내세운 '자주'의 기치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자립을 향한 중국의 거침없는 질주는 미·중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며, 향후 국제 정세와 글로벌 산업 지형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폭염 뚫고 피어난 고결함…밀양 배롱나무 기행

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결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서원과 정자 곳곳에 심겼던 배롱나무는 이제 밀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푸른 밀양강 줄기를 따라 굽어보는 고즈넉한 누각과 낡은 돌담 너머로 번지는 분홍빛 꽃물결은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밀양 배롱나무 기행의 첫 관문은 재약산의 정기를 품은 천년고찰 표충사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곳은 여름이 되면 경내 전체가 선홍빛으로 물들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배롱나무 군락은 사찰 특유의 적막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뽐낸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늘어진 분홍색 꽃가지는 재약산의 짙푸른 녹음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적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27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혜산서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1753년 조선 전기 학자 손조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서원 철폐령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혜산서원의 마당을 지키는 배롱나무는 서원의 굴곡진 역사와 닮아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붉은 꽃을 피워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 배롱나무 꽃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휘어진 소나무와 붉은 꽃이 기와 담장을 수놓는 풍경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학문의 길을 상기시킨다.선비의 풍류가 깃든 오연정과 월연정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밀양 배롱나무 여행의 정점이다.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연정은 정자에 오르는 순간 강물과 산줄기, 그리고 붉은 꽃가지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인근의 월연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근대 문화유산인 연월터널이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월연정과 쌍경당은 물과 달이 맑게 비치는 절경 속에 배롱나무꽃이 더해져 한국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준다.여름날의 뜨거운 순례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교동에 위치한 밀양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 앞마당에는 정숙한 기품을 간직한 배롱나무들이 굳건히 서 있다.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답게 이곳의 꽃들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며, 하얀 창호지 문 너머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꽃가지는 여백의 미를 완성한다. 향교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분홍빛 풍경은 여름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배롱나무는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그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다. 한 번에 지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특성 덕분에 8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가장 싱그러운 상태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부드러운 빛이 스며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붉은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다. 무더위 속 도보 이동이 많은 만큼 시원한 생수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 밀양의 붉은 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올여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