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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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앱으로 비자 협박, 미국 패권주의 논란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협력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민간 기업 임원들에게 비자 취소 가능성을 경고하며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은 아르헨티나 네우켄주의 전력 협동조합인 CALF가 화웨이와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사진 18명의 미국 입국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미국 측은 특히 자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에너지 요충지 바카 무에르타의 통신망에 중국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선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터 라멜라스 주아르헨티나 미국대사는 미국 입국이 당연한 권리가 아닌 '특권'임을 강조하며, 화웨이 장비가 중국 공산당의 정보 수집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CALF 측은 공식적인 외교 채널이 아닌 모바일 메시지 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비자 취소 경고를 받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며, 자사의 시스템이 다국적 장비를 혼용하는 개방형 구조임을 항변했다.

 


중국 정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주아르헨티나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자를 무기로 제3국 기업을 협박하는 행위는 아르헨티나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패권적 행태라고 몰아세웠다. 중국 측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정치적 공작을 통해 타국 기업의 경제 활동을 가로막는 위선을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선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대선 후보 시절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친미 노선을 분명히 했던 그는 취임 이후 현실적인 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5년 연장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중국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리튬 광산 개발부터 전기차 시장,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중국 자본이 아르헨티나 경제 깊숙이 침투해 있어 단칼에 관계를 끊어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남미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미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브라질을 필두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주요 국가들이 중국과 밀착하며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콜롬비아 원조 중단 등 강경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는 등 경제적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비자 압박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절박한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이 개인의 비자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중남미 국가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밀레이 정부의 외교적 줄타기는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민간 기업의 기술 도입 결정이 국가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한 이번 사례는 향후 다른 우방국들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어디까지 강수를 둘 수 있는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폭염 뚫고 피어난 고결함…밀양 배롱나무 기행

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결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서원과 정자 곳곳에 심겼던 배롱나무는 이제 밀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푸른 밀양강 줄기를 따라 굽어보는 고즈넉한 누각과 낡은 돌담 너머로 번지는 분홍빛 꽃물결은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밀양 배롱나무 기행의 첫 관문은 재약산의 정기를 품은 천년고찰 표충사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곳은 여름이 되면 경내 전체가 선홍빛으로 물들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배롱나무 군락은 사찰 특유의 적막함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뽐낸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늘어진 분홍색 꽃가지는 재약산의 짙푸른 녹음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적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도심으로 발길을 옮기면 27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혜산서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1753년 조선 전기 학자 손조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서원 철폐령의 아픔을 딛고 복원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혜산서원의 마당을 지키는 배롱나무는 서원의 굴곡진 역사와 닮아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붉은 꽃을 피워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하얀 배롱나무 꽃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휘어진 소나무와 붉은 꽃이 기와 담장을 수놓는 풍경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학문의 길을 상기시킨다.선비의 풍류가 깃든 오연정과 월연정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밀양 배롱나무 여행의 정점이다.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연정은 정자에 오르는 순간 강물과 산줄기, 그리고 붉은 꽃가지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한다. 인근의 월연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근대 문화유산인 연월터널이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월연정과 쌍경당은 물과 달이 맑게 비치는 절경 속에 배롱나무꽃이 더해져 한국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준다.여름날의 뜨거운 순례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교동에 위치한 밀양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 앞마당에는 정숙한 기품을 간직한 배롱나무들이 굳건히 서 있다.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답게 이곳의 꽃들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미학을 보여주며, 하얀 창호지 문 너머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꽃가지는 여백의 미를 완성한다. 향교 내 작은 도서관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분홍빛 풍경은 여름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배롱나무는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그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다. 한 번에 지지 않고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특성 덕분에 8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지만, 가장 싱그러운 상태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부드러운 빛이 스며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붉은 색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비결이다. 무더위 속 도보 이동이 많은 만큼 시원한 생수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 밀양의 붉은 꽃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올여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