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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USA' HBM 시대…인디애나 팹 기공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관세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반도체 칩을 넘어 노트북과 서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완제품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설비를 짓도록 강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며, 관세 감면 혜택을 미국 내 투자 규모와 연동하는 이른바 '투자 연계형 쿼터제'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거점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양사의 대미 매출은 기록적인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70조 원대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64%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강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경쟁력 하락은 물론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대만의 TSMC가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방어막을 구축한 전례는 한국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주를 중심으로 총 2,65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근거로 대만 기업에 대한 관세율을 낮춰주는 유화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 역시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더 큰 규모의 현지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51조 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며 대응에 나섰다.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는 1공장에 이어 2공장 역시 올해 말 착공을 앞두고 있어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가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에 한해 일정 수준의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만큼,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향후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또한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7일 인디애나주에서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 기공식을 열고 202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4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확정 지었다. 한국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미국 현지에서 패키징하여 '메이드 인 USA' 제품으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미국 고객사들과의 밀착 대응은 물론, 갈수록 거세지는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현지 투자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기존 투자 계획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미 TSMC가 선제적으로 대규모 증액을 발표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투자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기술력을 넘어 현지 생산 설비 규모 싸움으로 번지면서, K반도체의 생존 전략은 이제 워싱턴의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대외 협상력에 달려 있다.

 

해외여행 새 코스 된 ‘현지 장보기’

이 확산하는 모습이다.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이를 ‘식료품점 관광’으로 부른다. 해외 슈퍼마켓을 단순한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여행 코스의 하나로 즐기는 방식이다. 현지인들이 자주 먹는 간식, 음료, 조미료, 즉석식품 등을 직접 고르고 맛보며 여행지의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영국 BBC는 글로벌 호텔 기업 힐튼의 ‘2026년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해 여행객 10명 중 7명 이상이 해외 식료품점 방문을 즐긴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도 ‘식료품점 관광’을 2026년 주목할 여행 트렌드로 꼽았다. 마트 방문이 더 이상 여행 중 남는 시간에 들르는 일정이 아니라, 목적지에서 해봐야 할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이 같은 흐름은 업계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의 대형 식료품 체인 K-슈퍼마켓은 자사 매장을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관광 명소로 등록했다. 일부 매장은 옥상 벌통에서 직접 생산한 꿀을 판매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수제 맥주 라인업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평범한 장보기 공간이 지역성과 체험 요소를 갖춘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셈이다.여행객들이 해외 마트에서 찾는 것은 거창한 상품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달걀 샌드위치, 스페인에서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미국에서는 트레이더 조의 시즈닝처럼 현지에서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가 인기다. 저렴하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여행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특히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현지 먹거리 탐색을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해외 편의점 간식, 마트 추천템, 길거리 노점 음식 등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스낵패킹’이라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스낵패킹은 여행지에서 현지 간식과 음료를 찾아다니고, 이를 먹어보거나 챙겨 오는 방식의 여행 소비를 뜻한다.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2026 글로벌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MZ세대의 대다수는 현지 음식 체험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여긴다고 답했다. 현지 간식을 찾는 장소로는 길거리 노점, 빵집, 슈퍼마켓 등이 많이 꼽혔다. 유명 레스토랑 예약보다 현지인이 자주 가는 생활 공간을 찾아가는 데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편의점은 이미 하나의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우유, 컵라면, 삼각김밥, 얼음컵 음료 조합 등은 SNS에서 자주 소개되는 인기 콘텐츠다. 바나나우유와 파우치형 커피를 얼음컵에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라떼’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시도해볼 만한 편의점 메뉴로 공유되고 있다.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낮으면서도 여행지의 특징을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식당이나 유명 관광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마트나 편의점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진열된 과자, 조미료, 즉석식품, 음료만 봐도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식생활을 즐기는지 엿볼 수 있다.소비자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으로 설명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서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익숙하다. 하지만 진열대에 놓인 상품, 포장 디자인, 식재료 조합, 가격표는 모두 다르다. 익숙한 행동 속에서 낯선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다만 마트와 편의점이 관광지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일본 가와구치코의 한 로손 편의점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몰렸다. 편의점 지붕 위로 후지산이 보이는 구도가 SNS에서 퍼지면서 방문객이 급증했고, 인근 교통 혼잡과 무단 촬영 문제가 이어졌다. 결국 당국은 경비원과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했고,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한 대형 가림막까지 설치했다.전문가들은 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공간이 지역 주민의 일상 공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 촬영이나 대량 구매, 통행 방해 등으로 현지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해외여행의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유명 명소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현지의 작은 일상을 맛보고 기록하는 여행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그 변화의 가장 가까운 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