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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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이정후와의 첫 맞대결서 '활짝' 웃었다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기대를 모았던 김혜성(LA 다저스)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양 팀의 경기에서 두 선수는 각각 교체와 선발로 출전하며 한국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결과적으로는 안타를 기록한 김혜성이 웃었지만, 두 선수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가올 정규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단연 김혜성이었다. 5회초 수비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그는 6회말 첫 타석에서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1루수가 공을 잡았음에도 투수보다 한발 앞서 베이스를 밟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 안타로 김혜성은 시범경기 8경기 연속 안타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어갔고, 타율은 0.435까지 끌어올리며 다저스 내야 경쟁에 청신호를 켰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특히 많은 관심이 쏠렸던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와의 맞대결에서는 1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 뛰어난 선구안을 과시했다.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세계적인 투수를 상대로 끈질기게 승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날 경기는 두 한국인 타자뿐만 아니라,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의 존재로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에 나선 오타니는 4.1이닝 동안 단 1개의 피안타와 2개의 볼넷만을 내주며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 161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 다저스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김혜성은 8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이정후는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바뀐 투수 에드가르도 엔리케스를 상대로 1루수 땅볼에 그친 뒤 5회말 수비에서 교체되었다. 두 선수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 속에서도 각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록 시범경기에서의 한 차례 맞대결이었지만, KBO리그를 대표했던 두 스타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펼친 첫 번째 '코리안 더비'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김혜성의 뜨거운 타격감과 이정후의 안정적인 적응력은 올 시즌 두 선수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만 아리산의 붉은 눈물, 녹슨 철길 위에 흐른다

위한 경유지가 아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낡은 철로부터 100년 된 목조 가옥, 시장 골목의 뜨거운 국물 한 그릇까지, 모든 것이 아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의 서문 역할을 한다.자이의 심장부에는 아리산의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삼림 철도의 흔적이 선명하다. 차고지에 멈춰 선 붉은 증기기관차와 녹슨 선로는 낭만적인 풍경 이면에 아픈 역사의 상처를 품고 있다. 천 년 수령의 편백과 삼나무를 베어 나르던 이 길은, 숲의 눈물이 흐르던 통로이자 근대화의 동력이었던 이중적인 역사를 증언한다.일제강점기 벌목 노동자들이 머물던 관사 단지는 이제 '히노키 빌리지'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낡고 불편한 과거를 지우는 대신, 보수하고 다듬어 현재와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으며 편백 향기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상처를 미화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도시의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도시의 묵직한 역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다.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린총밍' 식당의 뜨거운 어탕(魚湯) 한 그릇은 자이의 따뜻한 심장과도 같다. 커다란 솥에서 끓어오르는 뽀얀 국물과 왁자지껄한 시장의 활기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맛이다. 투박하지만 깊은 감칠맛이 밴 국물은 낯선 여행자의 경계심마저 녹여버린다.자이의 여정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삼림열차 대신 차를 몰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중산간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를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산허리를 감싼 안개는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아리산의 다원은 이 산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정수를 드러낸다.혹독한 일교차와 짙은 안개를 견디며 농축된 향을 품은 아리산 우롱차. 찻잔에 피어오르는 화사한 꽃향기와 뒤이어 밀려오는 부드러운 단맛은 단순한 미각적 경험을 넘어선다. 그것은 장엄한 산의 풍경을 입안에 머금는 것과 같은 고요한 의식이며, 이 도시와 산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