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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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대의 비참한 퇴장, 멕시코 라커룸에선 무슨 일이?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황금세대'를 보유하고도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한 한국 축구의 비극은 단순한 전술 실패 그 이상이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현장을 밀착 취재한 외신 기자들은 피치 위에서의 움직임보다 선수단 내부에 흐르던 '보이지 않는 균열'에 주목했다. 재일동포 축구 전문가 신무광 기자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한국 대표팀이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겪었던 비정상적인 분위기와 리더십의 충돌이 결국 참혹한 결말로 이어졌음을 상세히 기록했다.

 

대회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홍명보 전 감독은 고산지대 적응을 위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리는 등 치밀한 준비성을 보였다. 첫 경기였던 체코전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을 때도 홍 감독의 용병술은 빛을 발했다. 후반전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선수들의 위치를 수정하고 심리적 안정을 꾀한 결과,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골이 터지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벤치에는 16강 진출을 향한 확신에 찬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훈련 도중 일부 취재진이 주장 손흥민의 병역 특례를 조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수단과 미디어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이미 아시안컵 당시의 갈등과 에이징 커브에 대한 비판으로 날이 서 있던 손흥민은 취재 거부라는 강경책을 택했고, 이는 팀 전체의 사태로 번졌다. 축구협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선수들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표팀은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된 섬처럼 변해갔다.

 

내부 결속이 흔들리자 경기력도 급격히 무너졌다. 멕시코전에서 발생한 수비진의 어이없는 실책은 소통 부재가 낳은 비극이었다. 더 큰 문제는 라커룸 내부의 권력 충돌이었다. 패배 후 선수들을 독려하던 손흥민을 향해 홍 감독이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며 제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팀의 질서와 선수의 자율성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감독은 팀의 기강을 잡으려 했고 주장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려 했으나, 두 리더의 책임감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운명의 남아공전에서 홍 감독은 '절대 에이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파격적인 도박을 감행했다. 34세에 접어든 손흥민의 신체적 저하와 전술적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고뇌 어린 결단이었으나 결과는 0-1 패배였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손흥민에게 맞는 공간을 창출하지 못한 전술적 한계를 지적했다. 홍 감독은 손흥민 의존증에서 탈피하려 했지만, 그 시점과 방식이 월드컵이라는 본선 무대였다는 점이 뼈아픈 실책으로 남게 됐다.

 

귀국길의 풍경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살해 예고와 욕설 속에 경찰 호위를 받으며 입국한 홍 감독과 달리, 손흥민은 팬들의 따뜻한 위로와 박수 속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패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 감독과 여전한 사랑을 받는 스타 사이의 온도 차는 공정성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한국 축구는 이제 손흥민이라는 거대한 축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극복할 것인가라는 해묵은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K-팝의 원류를 찾아, 고령 가야금길의 울림

에도 박물관 입구의 정원 그네는 방문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야금 선율로 재해석된 현대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바람은 천 년 전 가야의 소리가 현재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품은 가야금의 소리는 낯선 멜로디조차 한국적인 서정성으로 감싸 안으며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우륵 박물관은 가야금의 창시자인 우륵의 생애와 전통 현악기의 역사를 집대성한 문화 공간이다. 과거 대가야의 가실왕은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기 위해 우륵에게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12곡을 짓게 했으나, 조국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우륵은 가야금을 품에 안고 신라로 망명하는 선택을 내린다. 적국의 예술가를 귀하게 여긴 진흥왕의 혜안과 예술의 혼을 지키려 했던 우륵의 결단 덕분에 가야의 소리는 신라 궁중음악으로 거듭나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박물관 내부에는 정악 가야금부터 산조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25현 가야금까지 악기의 변천사가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동나무 재료의 건조 과정부터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제작 공법, 부위별 명칭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거문고와 해금 등 다른 전통 악기들과의 음색 비교를 통해 국악의 풍성한 앙상블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의 세계를 깊이 있게 통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예술이 지닌 사회적 위상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의 뚜껑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음악가들이 사람과 동식물 위에 배치될 만큼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한다. 향로 속 현악기 연주자의 모습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가무를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키워왔음을 증명하는 사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유물을 대하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박물관 옆에 위치한 소리 체험관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현악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이다. 몽골 유목민의 애환이 담긴 마두금의 애절한 선율부터 인도의 시타르, 미얀마의 사웅가욱 등 각국의 독특한 현악기들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악기의 외형뿐만 아니라 실제 연주 장면과 소리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현악기라는 공통된 매개체가 인류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표현해왔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는 가야금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령 우륵 박물관 답사는 잊혀가는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비극적인 시대를 예술로 승화시킨 우륵의 삶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근본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초록 바람이 부는 그네에 앉아 가야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천 년의 세월을 건너온 울림이 현대의 감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맛보게 된다. 대가야의 혼이 서린 이곳은 무더운 여름,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담백하고 아정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