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로 몰린 무고한 목숨, 구메지마의 기록

역사적 기록과 생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오키나와의 전쟁 상황과 섬의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구메지마에서는 당시 민간인들이 스파이 혐의로 일본군에 의해 총검으로 처형되었고, 그 가족들은 비통함에 빠져 자살했다. 전쟁의 폭력과 스파이 공포증으로 인해 발생한 참상이다.
구메지마 주민 학살은 단순히 '스파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으로, 동아시아 전역의 전쟁 참사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작가는 섬에서 벌어진 전쟁의 폭력과 죽음을 깊이 있고 생생하게 묘사하며, 그 상황을 예리한 통찰과 상상력으로 파헤친다.
소설은 총 12부로 구성되었지만, 그중 제목이 붙은 건 넷뿐이다. 1부는 '9명', 4부는 '1명', 9부는 '3명', 12부는 '7명'으로 지어져 있는데, 이는 각 부에서 참살당한 주민 수를 나타낸다. 다른 부는 제목이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소설의 배경은 오키나와지만, 한국의 식민지 역사와 전쟁의 상처가 서로 교차하는 점을 생각할 때,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쟁의 아픔을 공유하고, 역사적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한다.
김숨 지음, 모요사 펴냄, 1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