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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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부터 시작된 퀴어 역사"... 기록으로 밝혀진다!

 조선시대 궁궐의 어둡고 깊은 곳에서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사랑이 피어났다. 팔에 '붕'(朋) 자를 새긴 궁녀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의 징표로 이 한자를 몸에 새겼지만, 발각될 경우 '위법교붕'(違法交朋·법을 어기고 벗을 사귀다)이라는 중대한 죄로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최근 출간된 한 책이 이처럼 역사 속에서 지워지거나 감춰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트랜스젠더퀴어 연구자 루인과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한채윤은 방대한 사료를 뒤져 한국 역사 속 퀴어들의 존재를 추적했다. 단군신화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주류 역사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왔다.

 


저자들은 고대 신화, 조선왕조실록, 1800년대 한문소설, 외국인들의 조선 기행문, 근현대 신문기사와 학술논문 등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며 '퀴어'한 존재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기록들이 단순히 파편적인 사례가 아니라, 각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책은 365개의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366번째 페이지는 의미심장하게도 비워두었다. 이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한 상징적인 장치다. 저자들은 시스젠더와 이성애 중심으로 짜인 역사의 틀을 해체하고,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최근 故 변희수 하사의 투쟁과 안타까운 죽음까지 다루며, 과거부터 이어져 온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그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침묵 속에 묻어두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밀양아리랑이 돈이 된다고?…'노래하는 창의도시' 선포한 밀양의 큰 그림

햇살문화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도시의 문화·사회·경제가 만나 함께 빛나는 햇살 문화 엑스포'라는 주제 아래,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밀양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장으로 기획되었다. 방치될 수 있었던 폐교 캠퍼스를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재탄생시키고, 시민과 예술인,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밀양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특히 이번 엑스포는 밀양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행사 기간 중 열린 문화유산 국제 콘퍼런스는 '오래된 미래, 문화유산을 통한 도시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5개국 12개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밀양시는 '유네스코 창의 도시 밀양'이라는 담대한 비전을 선포하며 문화도시로서의 포부를 공식화했다. 나아가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및 몽골 국립문화유산센터와 문화유산 보호 및 전승을 위한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유산을 세계와 함께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국제적 교류의 장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도 엑스포 기간 내내 펼쳐졌다. 밀양대페스타와 연계하여 '기억, 로컬, 미래'를 주제로 열린 공연과 전시에는 무려 80개 단체가 참여해 햇살문화캠퍼스 곳곳을 활기로 가득 채웠다. 밀양의 정체성을 담은 주제공연 '날 좀 보소'는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지역,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한 미래 포럼에서는 지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오갔다. 이는 엑스포가 전문가들만의 행사가 아닌, 모든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밀양시는 이번 엑스포의 성공을 문화와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안병구 시장이 밝혔듯이, 이번 행사는 밀양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밀양아리랑을 중심으로 도시의 미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앞으로 밀양시는 이번에 선포한 비전을 바탕으로 문화적 자산이 곧 지역의 경제적 성장 동력이 되는 '노래하는 창의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대학 캠퍼스가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머무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밀양시 전체가 새로운 활력으로 가득 찬 도시로 변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