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트럼프 정책’에 휘청이는 美·英 미술계

세계 미술시장의 핵심 축을 이루는 미국과 영국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원칙 폐기 정책과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의 미술품 세제 개편이 미술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미술시장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DEI 정책이 미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카미술관(AMA)에서 예정됐던 두 개의 전시가 돌연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Before the Americas’라는 전시를 통해 이민과 식민주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조명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전시가 DEI 프로그램의 일부로 보인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철회한 것이다. 이 전시에는 아프리카계 갤러리를 설립한 화가 알론조 데이비스, 멕시코계 조각가 엘리자베스 캐틀렛 등의 작품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같은 미술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던 또 다른 전시 ‘Nature’s Wild’ 역시 취소됐다. 이 전시는 캐나다 요크대 교수 안딜 고신이 3년간 기획한 프로젝트로, 캐리비안 퀴어 문화 등 다양한 성소수자 및 다인종 작가 12명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DEI 폐기 정책이 반영되면서 전시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대해 고신 교수는 "정부의 기조에 미술관이 선제적으로 굴복한 사례"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기관과 관련 부처의 DEI 프로그램을 60일 이내에 종료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립미술관(NGA)도 DEI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관련 사무실을 철폐했다. 이러한 조치는 예술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월 19일에는 460여 명의 예술가가 미국 국립예술기금위원회(NEA)에 트럼프 행정명령을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미술계의 트렌드와도 배치된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올해 퀴어 작가 리 보웨리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워싱턴DC 국립미술관은 대규모 호주 토착 미술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 국제 미술 행사에서도 북미·유럽 이외 지역 작가들을 조명하는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술계 전반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다수의 작가와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뉴욕이 더 이상 예술가들에게 꿈의 도시가 아니다"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영국도 미술계의 위기를 겪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미술품을 수출하는 경우 작품 가격의 5~20%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유럽 컬렉터들의 런던 미술시장 접근이 어려워졌으며, 복잡한 통관 절차까지 추가되면서 거래량 감소로 이어졌다.

 

영국 정부의 미술품 관련 세제 개편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세금 정책은 지역 내 컬렉터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 ‘메가컬렉터’들이 영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나 갤러리 거래에서 영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국의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은 17%로, 미국(42%)과 중국(1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년까지 2위를 차지했던 영국이 중국에 밀려난 것은 미술계 입지 약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런던의 한 컬렉터는 "미술시장은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한 번 빠져나간 컬렉터를 다시 불러들이기는 매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현재 영국 미술계는 기존 컬렉터들이 빠져나가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수집가들이 독일, 프랑스 등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영국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영국 미술시장은 점점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정치적 이유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미술시장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향후 글로벌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미국과 영국의 미술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24시간도 모자란다는 '이곳', '24시 여행지'로 폭발 중

6년 대비 93.5% 수준의 회복률이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이러한 추세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며 외래 관광 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92만 9000명으로, 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268만 8000명을 넘어서는 108.9%의 초과 회복률이다.특히 주목할 점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중 대만인이 5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 관광객 45만 6000명을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부산의 관광 인기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으며, 2024년 5월까지 약 138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을 방문해 연말까지 330만~3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부산의 관광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야간 관광 콘텐츠의 활성화다. ‘24시간 부산’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며 세계적인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의 여행 만족도 분석에서 부산은 동북아 8개 도시 중 도쿄와 상하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CNN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아름다운 해변 도시 5곳’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주목도 또한 상승세다.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패턴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BIFF광장, 해운대 등 정형화된 명소 위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SNS와 블로그를 통해 소개된 ‘민락수변공원 야간 산책’, ‘송도해상케이블카 야간 탑승’, ‘바 크롤’, ‘사직야구장 야간 경기 관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직야구장의 KBO 경기 관람은 색다른 문화 체험으로 자리 잡았다. 광안리 일대의 야간 콘텐츠 활성화도 눈에 띈다. ‘M드론라이트쇼’의 상설 운영 이후 광안대교 일대의 상권이 살아나면서, 해운대 중심이던 야간관광의 축이 광안리로 이동하고 있다. ‘별바다부산 원도심 나이트 미션투어’는 참여자 만족도 4.94/5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다대포해수욕장의 ‘나이트 뮤직 캠크닉 앤 트래블쇼’, 화명생태공원의 ‘나이트 마켓’ 등은 로컬 명소를 야간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부산은 서면,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뿐 아니라 다대포, 화명동, 사직동 등 도시 전역에서 야간 관광이 가능한 ‘다중 거점형 야간관광 도시’로서의 강점을 지닌다. 이와 함께 안전한 심야 대중교통망과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인 ‘비짓부산패스’, ‘위챗페이’ 연동 등 관광 편의성도 크게 개선됐다.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부산시는 2025년 ‘별바다부산 나이트 페스타’를 전역 축제로 확대해 개최할 계획이다. 7월부터 4개월간 이어지는 이번 축제에서는 기존 콘텐츠를 한층 강화해 글로벌 야간관광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올해 여름 휴가철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부산 원도심의 로컬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나이트 미션투어’와 ‘근현대역사관 키즈투어’, 국립부산과학관과의 협업 프로그램인 ‘사이언스 앤 매직 키즈밤놀이터’ 및 ‘가족과학캠프’ 등이다. ‘리버 디너 크루즈’는 대표 야간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외국인 개별 관광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부산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밤에도 살아있는 입체적인 관광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야간이라는 시간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한 전략은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당기며 ‘부산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