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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힌 자연의 힘.."병실 창밖 풍경이 생존률 높인다"

 도시의 아침은 분주하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쫓기듯 출근길에 오르며, 교통 체증과 소음 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러나 그런 일상의 틈을 비집고 새소리가 들려올 때면,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어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숨결이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단순한 기분 탓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 감각은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깊은 관계에서 비롯된 ‘생존의 언어’일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과에서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캐시 윌리스 교수는 이러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방대한 자료를 탐독했고, 그 결과를 책 《초록 감각》으로 펴냈다. 이 책은 인간의 오감이 자연에 얼마나 민감하고 정교하게 반응하는지를 입증한 탐험의 기록이다. 단순한 감성이 아닌, 생리적이고 신경과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자연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소개한다.

 

자연의 소리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주장은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연구로 뒷받침된다. 이란의 한 연구팀은 중환자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90분 동안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와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는 경우로 나눈 후, 30분 간격으로 통증 수치를 측정했다. 진통제나 진정제는 사용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처음엔 모든 환자가 유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의 소리를 들은 그룹의 통증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맥락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새소리, 빗소리, 강물 소리, 폭포 소리, 정글 소리를 들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을 훨씬 적게 느꼈다. 캐나다 칼턴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다른 실험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자연의 소리를 들은 그룹은 도시의 소리를 들은 그룹이나 무음 상태의 그룹보다 통증, 심박수, 혈압, 불안 수치에서 평균 1.8배 개선된 상태를 보였다. 특히 자연의 소리가 복잡하고 다양한 경우 효과는 더 컸다.

 

 

 

자연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각과 후각 역시 자연과의 상호작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병원 병실 창문 너머로 나무가 보이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무려 세 배나 빠르게 회복되었으며, 자연 풍경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생리적 안정감이 증가하는 현상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

 

후각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미 향기는 운전자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편백나무와 노간주나무의 향기는 인체의 면역 기능 중 하나인 NK세포(자연살해세포)의 수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향기 입자가 혈류에 직접 작용해 신체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윌리스 교수는 후각이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건강 효과를 얻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경로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대 의료 시스템에서 자연과의 접점을 처방하려는 시도가 존재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시각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이나 NGO 등에서는 자연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활동과 공간을 의료진이 안내하도록 돕고 있지만, 식물의 향이나 환경 미생물군 등 특정한 자연 요소는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야말로 후각과 같은 감각을 통해 인간의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개체로 주목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초록 감각》은 인간이 자연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감각이 단순한 취향이나 문화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화적으로 각인된 생존 본능이며, 그 본능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몸과 마음을 조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자연을 향한 감각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곧 건강과 연결된다는 과학의 메시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여름에 오르기 좋은 명산 네 곳, 각기 다른 매력과 산행 포인트 총정리

(779m)은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 다섯 봉우리로 이루어져 이름 그대로 오봉산이라 불린다. 남쪽으로는 소양호, 북쪽으로는 파로호가 보이는 명당에 자리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 산이 특별한 이유는 청평사, 고려정원, 구성폭포 등 명소가 많고, 특히 내륙 산임에도 소양호를 끼고 있어 배를 타고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청평사는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드나들기 어려워 마지막 배를 놓친 연인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긴 곳이기도 했다. 10여 년 전 오봉산 백치고개가 확대 포장되면서 이런 추억은 역사가 됐지만, 여전히 소양댐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인기가 높다. 대부분 등산객은 배후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며, 표고차가 크지 않아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암릉이 많아 위험 구간에는 철주와 쇠줄이 설치되어 있으니 초심자들은 주의해야 한다.전라북도 변산반도의 변산(508m)은 바다와 산, 어느 쪽에서 보아도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서해를 향해 튀어나온 반도 내부 산악지대를 내변산, 바다와 접한 지역을 외변산으로 구분한다. 변산의 여러 봉우리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관음봉과 세봉으로, 이 두 봉우리를 잇는 산줄기가 명찰 내소사를 감싸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산행 코스는 내소사 입구 일주문에서 출발해 관음봉 삼거리, 관음봉, 세봉, 세봉 남릉을 거쳐 다시 일주문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이다. 직소폭포나 월명암 방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차량을 내소사에 주차했다면 되돌아오는 길이 번거로울 수 있다.경상북도 포항시와 영덕군 경계에 위치한 내연산(710m)은 낙동정맥 줄기가 주왕산을 지나 동해안 쪽으로 뻗어 형성된 산이다. 문수산(622m), 삼지봉(내연산 정상, 710m), 향로봉(930m), 우척봉(755m)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완만한 육산이라 단조로워 보일 수 있으나, 20리에 달하는 골짜기에는 12개의 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청하골 12폭포로 불리는 이 폭포군은 내연골 초입 상생폭포부터 시작해 보현폭, 삼보폭, 장룡폭, 무룡폭을 거쳐 제6폭포 관음폭과 제7폭포 연산폭 일대에서 계곡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산길이 순하고 뚜렷하게 이어지며, 위험 구간에는 안전시설물이 잘 갖춰져 있어 편안한 산행이 가능하다. 보경사에서 시작해 여러 폭포를 거치는 인기 코스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마지막으로 운문산(1,195m)은 가지산과 함께 영남알프스 산군의 북쪽에 거대한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산군의 능선을 따라 경북 청도군과 경주시, 경남 밀양시와 울산광역시의 경계가 이루어져 지역 문화와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백두대간만큼이나 이 지역에서는 중요한 산군이다. 가지산과 한 줄기로 연결된 운문산은 능선종주가 가능한 긴 산줄기지만, 대부분의 등산객은 각 봉우리를 별개의 산행지로 인식한다. 특히 산행 시작점의 고도가 낮은 운문산은 정상까지 오르는 데만 약 2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고도차가 크다. 석골사에서 시작하는 인기 코스는 물론, 밀양 남명리에서 아랫재를 통해 오르는 코스도 모두 가파른 오르막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