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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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만의 귀환, '불교미술의 진수' 드디어 고국 품으로

 고려시대 사경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조선시대 불화 ‘시왕도’가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 두 유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 환수는 한국 불교미술사의 귀중한 작품들이 수백 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문화재 보존과 역사 연구에 큰 의미를 지닌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1334년 제작된 고려 사경으로, 감색 종이에 금빛 안료인 금니를 사용해 필사한 경전이다. 이 경전은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의 주본 중 80권 가운데 제22권에 해당하며, 화엄경의 주존불인 비로나자불이 도솔천궁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화엄경은 부처와 중생이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설파하는 경전으로, 원래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됐으나 중국에서 한역본으로 정리된 여러 판본이 있다.

 

이번 환수된 사경은 세로 36.2cm, 가로 1088.5cm 크기로, 표지에는 금·은니로 연꽃 다섯 송이가 넝쿨무늬와 함께 화려하게 배치되어 있다. 발원문에는 ‘원통 2년(1334년) 정독만달아라는 인물이 부모와 황제의 은혜에 감사하며 화엄경 81권을 완성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당시 불교 신앙과 문화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이 소장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권15’ 발원문과도 일치해 같은 사경의 일부임을 확인시킨다.

 

사경 속 변상도는 다섯 개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오른쪽 상단 화면에는 비로자나불이 중심에 자리하며, 주변에 여러 보살과 금강당보살이 모여 도솔천궁에서 다섯 번째 설법을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나머지 네 개 화면에서는 비로나자불이 보리수 아래,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등 다양한 하늘 세계를 넘나들며 설법하는 모습이 펼쳐져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정교하고 능숙한 필선에서 전문 사경승의 높은 예술성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선시대 불화 ‘시왕도’ 또한 이번에 일본에서 환수해 지난해 11월 국내로 들여왔다. 시왕도는 저승에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시왕을 그린 불화로, 이번 작품은 조선 전기 대표 시왕도 중 하나로 학계에서도 주목받는 문화재다. 이 불화는 일본인 수집가 이리에 다케오가 소장한 740여 점의 한국 고서화 중 하나로 ‘유현재선한국고서화도록’에 소개된 바 있다.

 

시왕도는 세로 147cm, 가로 66cm 크기의 10폭으로 구성되며, 각 폭마다 한 명의 시왕과 지옥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상단에는 재판을 주관하는 시왕의 위엄 있는 모습이 부각되어 있고, 하단에는 옥졸이 망자를 체벌하는 처참한 광경이 비교적 작게 표현되었다. 시왕과 옥졸의 근엄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조선 후기 시왕도의 도상과 닮았으나 일부 도상은 차별화된 독특한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제5폭 염라왕도는 염라왕이 쓴 면류관에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기존 도상에 나타난 일월문이나 금강경책과 다른 점으로, 북두칠성은 민간신앙에서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서 염라왕의 권위를 상징한다. 제6폭 변성왕도는 끓는 물의 지옥 장면이 극락세계의 연지로 바뀌고, 그 속에서 화생하는 모습을 묘사해 지옥에서도 참회하면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이번 환수 유물에서 처음 발견된 도상으로 의미가 크다.

 

두 작품 모두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데 비해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예술적, 학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광복 80주년을 앞둔 시점에 일본에서 돌아온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께 공개하게 되어 뜻깊다”며 “이번에 환수한 고려 사경과 조선 전기 시왕도는 우리 불교미술의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이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환수는 지난해 10월 일본 소장자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되었고, 면밀한 조사와 협상을 거쳐 올해 4월 국내 반입에 성공했다. 또한 2023년 8월 일본 경매 출품 정보를 입수해 낙찰한 ‘시왕도’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 불교미술의 중요한 원형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후대 연구와 대중 감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역대급 폭염에 ‘호캉스 대탈출’ 시작

호텔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과 짧은 휴가 기간, 그리고 호캉스 선호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1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부산, 속초, 제주 등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의 호텔과 리조트는 7월 말~8월 초 사이 객실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특히 조식, 룸서비스, 수영장 이용이 포함된 바우처형 패키지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조트 속초는 해당 기간 예약률이 만실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으며, 부산의 L7해운대 호텔은 지난해보다 예약률이 16%포인트 상승했다. 롯데호텔 제주 역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판매량이 전달보다 두 배 늘어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올인클루시브 패키지는 숙박 외에도 조식과 석식, 수영장, 간식,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포함돼 있는 고급형 상품이다. 롯데호텔 제주가 선보인 2박 전용 올인클루시브 패키지에는 풀카페에서 치킨, 피자, 자장면 등 중 1가지 메뉴를 하루 2회 제공하는 구성도 포함돼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완전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호텔에서만 머무르며 휴식을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족'의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 역시 제주의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와 제주신라호텔, 부산 해운대 신라스테이에서 수영장 내 식음료를 포함한 패키지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라호텔은 투숙 기간 중 횟수 제한 없이 야외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고, 룸서비스 및 레스토랑 이용권 30만원 상당이 포함된 3박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목표 예약률을 50% 초과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스틴조선부산과 그랜드조선부산의 7월 말~8월 초 예약률도 지난해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 호텔 강원·제주 지점들 또한 이 시기 모두 만실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다양한 실내외 활동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가 공통적으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어 소비자 수요가 뚜렷하다는 것을 방증한다.소노호텔앤리조트의 비발디파크, 델피노, 쏠비치 등도 같은 기간 만실이며, 워터파크 오션월드를 함께 운영하는 홍천 비발디파크의 경우, 조식과 워터파크, 인피니티풀을 모두 포함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예약이 예상보다 50% 이상 더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야외 이동을 꺼리는 휴가객들이 호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 전망'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정한 여름휴가 시점은 ‘7월 하순’(49.4%), ‘8월 초순’(42.2%)에 집중됐고, 휴가 일수는 ‘3일’이 42.5%로 가장 많았다. '5일 이상'은 32.6%로 나타났다. 이처럼 짧은 휴가 기간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며 호캉스 트렌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여기에 더해 2025년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7월 초부터 이어지는 이례적 폭염이 7월 말~8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시기는 평년에도 가장 더운 시기인 만큼, 무더위에 야외 활동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출과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음식 위생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폭염 속 호텔 패키지 상품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여름철 건강과 안전까지 고려한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