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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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6관왕, 그러나…'K-뮤지컬'은 지금 이름표를 뗄 것인가, 말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2025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브로드웨이의 심장부에서 최고 권위의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고,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 제작사의 이름으로 당당히 무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K-팝과 K-드라마의 뒤를 이어 K-콘텐츠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순간이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성취의 이면에서, 한국 뮤지컬계는 ‘K’라는 이름표가 주는 무게와 영광에 대한 복잡하고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우리는 ‘K’라는 수식어에 기뻐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이제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하는가.

 

최근 열린 ‘뮤지컬포럼’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K-뮤지컬’이라는 인위적인 규정을 넘어, 지난 60년간 한국 뮤지컬이 쌓아 올린 고유의 본질과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는 ‘K’라는 브랜드에 기댈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한국 뮤지컬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세계와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한국 뮤지컬의 역사는 1960년대, 서양의 양식을 받아들이되 한국적 소재와 정서를 녹여내려 했던 ‘혼종성(Hybridity)’에서 태동했다. 1966년 ‘살짜기 옵서예’는 그 첫 결실이자 한국 창작 뮤지컬의 효시였다. 이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최신 히트작들을 발 빠르게 수입하며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서구의 문법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체화하는 기나긴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 뮤지컬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신만의 독특한 DNA를 구축했다. 그것은 바로 화려한 스펙터클이나 거대한 쇼보다, 인물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그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는 ‘서사 중심주의’다. 주인공의 고뇌와 성장을 집요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 관객이 인물의 삶에 완벽하게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힘. 이것이 바로 한국 뮤지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서사의 힘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N차 관람’ 팬덤 문화를 탄생시켰다. 한국의 뮤지컬 팬들은 단순히 작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매 회차 달라지는 배우의 미세한 호흡, 눈빛, 감정선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해석하며 작품의 세계를 스스로 확장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이는 제작사에게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작품에는 긴 생명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깊이 있는 서사와 이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팬덤의 유기적인 결합이야말로, 오늘날의 ‘K-뮤지컬’ 현상을 만든 실질적인 동력인 셈이다.

 

최근의 해외 진출 성공은 이러한 정체성 논의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제 ‘어떻게 K-뮤지컬을 알릴까’를 넘어, ‘무엇을 K-뮤지컬이라 부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K-뮤지컬의 정의는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듯, 창작자들은 인위적인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 전략은 하나의 정형화된 모델을 따르지 않는 유연함이 특징이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한국 제작사가 IP 개발부터 현지 스태프와의 협업까지 주도하며 세계 시장의 중심부를 직접 공략하는 ‘제작 시스템 수출’ 모델이 있는가 하면,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국내에서 검증된 작품의 라이선스를 판매하거나 현지화하여 아시아 시장에 깊숙이 스며드는 ‘콘텐츠 현지화’ 모델도 있다.

 

이처럼 다각적인 전략은 ‘K’라는 이름표에 갇히지 않고 작품 고유의 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제는 뮤지컬 산업 자체의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할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과 같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 60년 역사가 응축된 서사의 힘, 세계가 주목하는 팬덤의 열정, 그리고 유연한 세계화 전략. 이것이야말로 ‘K’라는 이름의 무게를 넘어, 한국 뮤지컬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밝혀줄 진정한 원동력이다.

 

홍릉숲, 100년 만의 전면 개방에 시민들 '환호'

이 숨겨놓은 산'이라는 천장산의 이름처럼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1922년 일제가 명성황후의 능터였던 홍릉 자리에 임업시험장을 세우며 시작된 이곳의 역사는 근현대사의 아픔과 산림 자원 보존의 노력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1993년부터 주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관람이 지난 3월부터 평일까지 확대되면서 도심 속 생태 보고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홍릉숲의 가장 큰 매력은 입장료와 숲해설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숲해설은 전문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숲의 역사와 식물 생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고종 황제가 즐겨 찾았다는 우물인 '어정'을 지나며 조선 왕실의 흔적을 느끼고, 일제강점기 수탈의 목적으로 심어졌으나 이제는 울창한 숲을 이룬 고목들 사이를 거닐며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산림 박물관이자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숲 안에서 반드시 찾아봐야 할 명물은 이른바 '홍릉 8경'이다. 그중에서도 본관 뒤편에 자리한 반송은 1892년에 심어진 홍릉숲의 최고령 나무로, 우산처럼 넓게 펼쳐진 가지가 장관을 이룬다.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릉의 부침을 지켜봐 온 이 나무는 숲의 영험한 기운을 상징하는 존재로 통한다. 반송의 우아한 자태는 사계절 내내 사진가들의 출사지로 사랑받으며 홍릉숲을 대표하는 시각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최근 홍릉숲이 다시 한번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이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제1 수목원에 위치한 '노블포플러'는 지난해 측정 결과 38.97m를 기록하며, 오랜 시간 국내 최장신 나무 자리를 지켜온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파트 13층 높이에 달하는 이 나무의 위용은 숲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끝이 보이는 노블포플러 아래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한다.홍릉숲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 연구의 전초기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만큼 숲 곳곳에는 희귀 식물과 연구용 수목들이 자생하고 있어 다른 도심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풍성한 식생을 자랑한다.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허파 역할은 물론,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숲해설은 매회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전면 개방 이후 첫 여름을 맞이한 홍릉숲은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 관광지로 안착했다.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역사가 깃든 능터에서 국내 최장신 나무가 자라나는 생명의 숲으로 변모하기까지, 홍릉숲이 걸어온 100년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시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시민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그늘과 맑은 공기를 내어주는 이 숲은, 개발보다 보존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홍릉숲의 전면 개방은 도심 속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