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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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맞아 드디어 공개…간송의 수장고에 79년간 잠들어 있던 '이 그림'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우리 문화재를 비밀리에 사들였다. 드러내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낼 뿐이었다.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신념을 실천한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다. 간송미술관이 가을을 맞아 여는 기획전 '보화비장(寶華秘藏)'은 바로 그 시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보배로운 빛을 비밀리에 감춘다'는 전시의 제목처럼, 이는 단순한 수집품 전시를 넘어선다.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숨겨야만 했던' 시대의 미학과 저항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자리다. 당시 수장가들 사이에서 '진장(眞藏)'이라고도 불렸던 '비장'은 귀한 소장품 중에서도 특별히 감춰야 할 보물을 의미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숨겨진 보물들의 이야기이자, 간송 컬렉션의 뿌리가 된 근대 수장가 7인의 혜안과 시대정신을 조명한다.

 

오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보화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간송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간송 컬렉션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7인의 근대 수장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다.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석정 안종원, 송우 김재수 같은 우리 수장가들은 물론,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함께 관통하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인물들의 대표 소장품 26건 40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중에는 국보 4건과 보물 4건이 포함되어 있어 그 무게감을 더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의 컬렉션을, 1층에서는 송우 김재수,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그리고 존 갯즈비의 컬렉션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이는 2026년 간송 탄생 120주년 특별전의 서막을 여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가 수집했던 고려청자 컬렉션이다. 국보로 지정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을 포함해 총 9건의 작품이 출품되는데, 그 가치만 현재 시가로 약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유물들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1937년, 간송 전형필이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이 보물들을 현지에서 직접 되찾아왔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아온 문화 독립운동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와 함께 조선의 마지막 내관이자 수장가였던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글씨, '대팽고회(大烹高會)' 예서 대련(보물)도 함께 공개되어,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와 수장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전시의 문을 여는 작품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심산 노수현의 1946년 작 '무궁화'가 바로 그것이다. 화가가 직접 간송에게 선물한 이 그림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의 후렴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문화보국의 신념,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광복의 기쁨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결국 간송 컬렉션은 한 천재 수집가의 안목을 넘어, 동시대 수장가들이 함께 쌓아 올린 근대의 시선과 기록이며,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이룩한 위대한 문화사 그 자체인 것이다.

 

피카츄 보러 갔다가 씀씀이 '대폭발'…포켓몬이 제주에 뿌린 돈, 계산해보니

제주' 행사가 개막 20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초대박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캐릭터 전시를 넘어,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세계적인 IP(지식재산권)를 결합하여 방문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침체되었던 관광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을 포함해 행사 기간 내내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포켓몬의 변치 않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이번 흥행의 중심에는 단연 서귀포시 여미지식물원에서 펼쳐지는 특별 전시가 있다. '포켓몬 그린가든'과 '포켓몬 캡슐 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는 식물원 곳곳의 다채로운 식물들 사이에 숨어있는 듯한 포켓몬 캐릭터들을 찾아내는 재미를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마치 실제 탐험가가 된 것처럼 식물원을 누비며 피카츄, 이브이 등 인기 포켓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것은 국내 최초로 공개된 14m 높이의 거대한 '알로라 나시' 조형물이다. 아파트 5층에 육박하는 엄청난 크기는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이곳은 연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최고의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중문관광단지 일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포켓몬고' 스탬프 랠리와 '포켓몬 런'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행사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포켓몬의 막강한 힘은 실제 수치로도 명확하게 증명되었다. 제주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 10월 2일부터 12일까지 중문관광단지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42.8%나 급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문객들의 씀씀이다. 같은 기간 동안의 소비지출액은 61.9%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2024년 9월 14~18일)와 비교해도 올해 추석 기간 중문관광단지 내 하루 평균 소비지출액은 47.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번 행사가 단순히 사람만 모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했음을 입증했다. SNS는 연일 여미지식물원에서 찍은 포켓몬 사진으로 도배되다시피 하며 그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이번 '포켓몬 원더 아일랜드'의 성공은 캐릭터 IP를 활용한 민관 협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포켓몬이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중문관광단지의 매력을 새롭게 선보이고,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민간 협력 사업을 꾸준히 개발해 제주 관광의 질을 한 단계 높여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행사의 성공이 앞으로 제주 관광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