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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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음악이 일본 궁중에?…천년 전 역사의 흔적을 보다

 천 년의 세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 궁정 문화의 정수가 국내에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를 통해,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일본 궁정 관련 유물 39점을 선보인다. 일본 궁정의 복식, 공예, 회화, 악기 등을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일본 왕실 문화의 형성 과정과 그 독자적인 미학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첫 번째 기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전시의 문을 여는 것은 일본 궁정 문화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궁정 정전을 장식한 장지문 그림을 그린 병풍’이다. 일본 궁의 정전인 시신덴 어좌 뒤편을 장식했던 이 그림에는 중국 성현 32명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당나라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형성된 초기 일본 궁정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궁정 의식과 연회에서 사용된 화려한 장식의 검은 일본 공예 기술의 정수를 뽐낸다. 칼집 표면을 얇게 간 조개껍질로 장식하는 ‘나전’ 기법과 옻칠 위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 무늬를 만드는 ‘마키에’ 기법이 함께 사용되어, 화려하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장식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궁정 여성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던 부채 역시 금과 은으로 채색한 구름과 꽃, 새와 나비 문양으로 장식되어 일본 특유의 섬세한 미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궁정 관료와 궁녀들이 착용했던 전통 복식이다. 여러 겹의 상·하의를 겹쳐 입고 허리띠를 두르는 구조의 남성 정복은 관(간무리), 접이식 부채, 신발(가노쿠쓰) 등과 함께 전시되어 당시 관료들의 위엄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고위 궁녀가 입던 여성 정복 ‘주니히토에(十二單)’는 이름처럼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는 방식으로, 마주 보는 나비 문양이나 마름모꼴 꽃무늬 등 일본 고유의 우아하고 다채로운 장식이 돋보인다. 여기에 금속 머리장식과 빗 등이 함께 소개되어 당시 궁정 여성들의 화려했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이 외에도 후비들의 거처에서 사용했던 가구, 원앙과 학 등 길상 문양을 정교하게 새긴 거울과 경대 등은 궁정의 일상과 생활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궁정의 의례와 음악에 대한 소개로 깊이를 더한다. 일왕이 그해 수확한 곡식을 신에게 바치는 제사(니이나메사이)나 각종 연회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한 화첩은 당시 궁정 행사의 종류와 절차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귀중한 사료다. 또한 일본의 전통 궁정 음악인 ‘가가쿠(雅樂)’와 무용 ‘부가쿠(舞樂)’에 사용된 복식과 악기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가가쿠’는 일본 고대 음악에 당나라, 신라, 백제, 고구려 등에서 전래된 외래 음악이 결합하여 8세기경 완성된 종합 예술로, 그 원형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오는 2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외국인 10만 명이 열광하는 한국의 겨울왕국

어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거대한 얼음벌판 위, 저마다의 자세로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장관을 이룬다.축제의 핵심은 단연 산천어 얼음낚시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뚫어 놓은 1만여 개의 구멍마다 희망을 드리운 채, 사람들은 낚싯줄 끝에 전해질 짜릿한 손맛을 기다린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허탕을 치기도 하고, 연달아 월척을 낚아 올리며 환호하기도 한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얼음 위에서는 모두가 산천어를 기다리는 하나의 마음이 된다. 갓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나 구이로 맛볼 수 있어 기다림의 고단함은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정적인 낚시가 지루하다면 역동적인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이벤트는 참여자는 물론 보는 이에게까지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얼음 위를 씽씽 달리는 전통 썰매는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안겨준다. 낚시의 손맛, 즉석구이의 입맛, 그리고 다채로운 체험의 즐거움이 축제장 곳곳에 가득하다.이 거대한 축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술과 노력이다. 수만 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안전한, 40cm 이상의 두꺼운 얼음을 얼리는 것은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매일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점검하고, 축제 기간 내내 1급수 수질을 유지하며 산천어를 방류하는 등, 방문객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한 화천군의 철저한 관리가 '얼음 나라의 기적'을 뒷받침하고 있다.축제의 즐거움은 밤에도 계속된다. 화천 읍내를 화려하게 수놓는 '선등거리'는 수만 개의 산천어 등(燈)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으로 방문객의 넋을 빼놓는다. 실내얼음조각광장에서는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기술자들이 빚어낸 경이로운 얼음 조각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낮에는 얼음낚시로, 밤에는 빛의 축제로, 화천의 겨울은 쉴 틈 없이 빛난다.축제장을 벗어나면 화천이 품은 대자연의 비경이 기다린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파로호의 고요한 물결과 거대한 산세는 축제의 소란스러움과는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으로 변신하는 딴산유원지의 인공폭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인공과 자연, 역사와 축제가 어우러진 화천의 겨울은 그 어떤 여행보다 다채롭고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