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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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거장이 70년간 조각해 온 ‘얼굴’ 하나

 한국 추상조각의 거목, 최종태(94) 화백이 자신의 70년 예술 여정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얼굴' 연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 ‘Face’는 그의 예술 세계 전체를 꿰뚫는 가장 근원적인 형태이자 주제인 얼굴의 시대적 변천 과정을 집대성하여 보여주는 자리다. 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며 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인간 본질에 대한 사유의 궤적을 좇는다.

 

모든 것의 시작은 1968년, 스승이자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의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던 시절의 한 경험이었다. 그는 작업실 구석에 버려진 나무토막을 보고 아무런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깎아 내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단순하고 납작하며 추상성이 강한 얼굴 형태가 탄생했다. 이 순간은 그가 스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 언어를 찾는 결정적 돌파구가 되었다.

 


1980년대, 그의 얼굴은 시대의 아픔을 투영하며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가느다란 목 위에 옆으로 길게 뻗은, 마치 날카로운 도끼날을 연상시키는 ‘도끼형 얼굴’이 등장한 것이다. 작가 스스로가 정치적 의도를 앞세우진 않았지만, 군사정권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 느꼈을 긴장과 불안이 형태 자체에 응축되어 드러난 결과물로 해석된다. 표정이 지워진 얼굴은 그 구조만으로 시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얼굴의 날카로운 각은 점차 부드러워지고, 고개를 숙인 듯한 사유적인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나무에 원색을 칠한 채색 얼굴 조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조형 실험으로 나아간다. 저항과 긴장에서 사유와 성찰로, 그리고 새로운 조형적 유희로 나아가는 변화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처럼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얼굴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주되었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본질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바로 ‘인간됨’의 가치, 즉 선하고 올바른 인간상에 대한 탐구다. 그의 얼굴은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는다. 작가의 마음속에서 길어 올린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며, 아름다운 형태(조형미)를 넘어선 정신적 아름다움(정신미)을 향한 평생의 염원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초기 목조각부터 근작인 채색 조각에 이르기까지 총 68점의 작품을 통해 그 장대한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 예술가가 ‘얼굴’이라는 단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어떻게 시대와 호흡하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전시는 오는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고창 청보리밭, 23만 평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청보리밭 축제'를 개최하고 상춘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주제 아래, 잊지 못할 봄날의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축제의 무대가 되는 학원농장 일대는 약 77만㎡(2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다.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은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파도처럼 넘실대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사람 키만큼 자란 보리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는 오직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올해 축제는 방문객의 편의를 대폭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고창군은 주차요금 1만 원을 전액 '고창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상점과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관광객의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시도다.다채로운 즐길 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덜컹거리는 트랙터 관람차를 타고 보리밭과 숲길을 둘러보는 체험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다. 특설무대에서는 국악과 트로트 등 흥겨운 공연이 연일 이어지고, 보리떡, 복분자, 풍천장어 등 고창의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가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망이다.고창군은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주요 지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방문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가지요금 없는 깨끗한 축제 운영에도 힘쓸 방침이다.이번 축제는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23일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