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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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펼쳐진 수묵화, K-판타지의 새로운 경지

 24년의 긴 기다림 끝에 돌아온 뮤지컬 '몽유도원'이 고전 비극을 화려한 '백제 판타지'로 빚어내며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다. 삼국사기 '도미설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한 남자의 비뚤어진 욕망이 어떻게 모두를 파국으로 이끄는지, 그 과정을 압도적인 미학으로 그려낸다.

 

'명성황후', '영웅'의 신화를 쓴 제작사 에이콤이 선보이는 '몽유도원'은 단순한 재연이 아니다.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오리지널 프로덕션이다. 한국의 고전 설화가 지닌 독창성을 인류 보편의 서사로 확장하려는 야심이 돋보인다.

 


이야기는 백제의 여경왕이 꿈에서 본 여인 '아랑'을 잊지 못하며 시작된다. 이미 다른 이의 아내인 그녀를 향한 왕의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은 결국 아랑의 남편 '도미'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로 치닫는다. 사랑을 얻으려는 선택이 도리어 사랑을 망가뜨리는 과정은 고전 비극의 냉정한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여경과 도미가 벌이는 '바둑 대결' 장면이다. 흑과 백의 돌이 놓이는 순간, 무대는 흑백의 논리로 움직이는 냉혹한 권력의 세계를 상징하는 군무로 확장된다. 관객은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칼날처럼 날카로운 춤사위와 구성을 통해 인물들이 맞이할 파국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무대 전체를 한 폭의 동양화처럼 물들이는 수묵 애니메이션과 여백의 미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다. 스크린에 번지는 먹의 농담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언어가 된다. 여기에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결합한 웅장한 음악은 오페라의 비장함과 록의 추진력을 넘나들며 극의 깊이를 더한다.

 

이 모든 시청각적 장치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압도적인 기량이다. 국악부터 록, 발라드까지 폭넓은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량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작품의 지향점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하며, 제대로 된 K-판타지 뮤지컬의 탄생을 알린다.

 

고창 청보리밭, 23만 평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청보리밭 축제'를 개최하고 상춘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주제 아래, 잊지 못할 봄날의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축제의 무대가 되는 학원농장 일대는 약 77만㎡(2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다.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은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파도처럼 넘실대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사람 키만큼 자란 보리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는 오직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올해 축제는 방문객의 편의를 대폭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고창군은 주차요금 1만 원을 전액 '고창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상점과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관광객의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시도다.다채로운 즐길 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덜컹거리는 트랙터 관람차를 타고 보리밭과 숲길을 둘러보는 체험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다. 특설무대에서는 국악과 트로트 등 흥겨운 공연이 연일 이어지고, 보리떡, 복분자, 풍천장어 등 고창의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가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망이다.고창군은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주요 지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방문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가지요금 없는 깨끗한 축제 운영에도 힘쓸 방침이다.이번 축제는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23일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서 열린다.